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금융투자업계 고액 연봉자들의 구체적인 보수가 처음 공개됐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차장급 직원은 올해 상반기에만 22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화제가 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김모(37) 차장은 지난 1~6월 보수로 총 22억3000만원을 받았다. 급여로 1억1000만원을 받았고 성과급이 21억1900만원이었다. 이는 회사 오너인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13억1100만원)보다 약 9억원 더 많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대표이사)의 보수가 20억28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의 성과에 최고의 보상을 한다는 경영 모토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억대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문은 많이 돌았지만 이렇게 2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은 사례가 공개된 건 처음”이라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건 당연하지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금융투자상품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이 올해 상반기 큰 인기를 끌면서 고액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투자공학부 소속으로 파생상품을 설계·운영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양매도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파생상품이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으면 횡보장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금융권의 고액 연봉자 명단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금융회사들은 이번 반기보고서부터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직원 중 상위 5명의 실명과 연봉 수준을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등기이사, 사외이사 등 회사 경영진에 한정해 보수가 5억원 이상일 때 공시 대상이 됐다. 이는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성과급 체계가 자리잡은 증권업계에선 고액 연봉자 공개 방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원도 아니고 일반 직원의 실명까지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며 “개인 업무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