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화염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방관이다. 낮 최고기온 35도 안팎의 무더위 속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오직 방화복, 방호헬멧, 산소통과 같은 소방장비뿐. 하지만 무겁다.
장비를 전부 착용할 경우 소방관이 짊어져야 하는 장비의 무게는 20~25㎏다. 대형마트에서 통상 구입하는 쌀 한 포대를 넘어서는 무게다. 유독가스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돼 통풍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로 인해 소방관은 여름마다 탈진으로 쓰러진다. 무거운 소방장비를 경량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소방장비 경량화는 옳은 제안일까. 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트위터에서 14일 소방장비 경량화를 놓고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대체적으로 “경량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반론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함께 소방장비들을 경량화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소방 호스를 면으로 만들었다. 폴리에스터로 대체하면서 무게가 감소, 소방관들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줬다. 방화복도 더 가벼운 신소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반론이 나왔다. 자신을 소방관의 딸이라고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 의견에 앞장섰다. 그는 “소방장비 경량화를 반대한다”며 “소방관들의 장비는 의도적으로 무겁게 설계됐다. 호스는 수압을 견디기 위해, 방화복은 방화 기능을 위해 무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방장비에 대한 얕은 지식으로 위험과 사고율만 높아지게 소방장비 경량화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트윗은 14일 오후 5시 기준 8200여 차례 리트윗됐다.
다만 일부 재난 전문가들은 성능이 동일한 전제에서 소방장비가 가벼울수록 좋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공학과 교수는 “성능만 보장된다면 장비는 가벼울수록 좋다”며 “정부 차원에서 성능개선·경량화와 함께 장비 지급 부족과 노후장비 교체 등 현장 지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 장비들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성능 규정에 따라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해당 규정을 충족할 수 있으면서도 최대한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소방관들이 요구하는 개선 사안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일선의 요구가 있다면 이에 대한 연구·개발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