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전 세계가 주목했던 최고의 유망주 마르틴 외데가르드(20)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고 말았다.
레알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 나설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된 29인 명단에는 골키퍼 5명과 부상 중인 헤수스 바예호와 알바로 오드리오솔라까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임대에서 복귀한 외데가르드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사실상 이적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외데가르드는 천재였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언론들이 그를 천재로 조명했다. 타고난 축구 지능과 깔끔한 결정력, 그리고 침착한 플레이를 모두 갖추고 어린 나이에 성인 무대를 밟으며 ‘노르웨이의 초신성’으로 불렸다.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화려한 개인능력을 바탕으로 공수를 조율하는 그의 재능에 레알과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 리그를 호령하는 굴지의 클럽들이 관심을 표했다.
이후 그는 그러한 기대에 걸맞게 16살의 나이에 노르웨이 대표팀에 정식으로 데뷔했으며, 15세 300일의 나이로 불가리아와의 유로 2016 예선전에 데뷔하며 유로대회 최연소 출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2015년 레알 유니폼을 입었다. 레알은 이적료 280만 유로(36억3000만원)와 연봉 120만 유로(15억6000만원)에 2020-21시즌까지의 장기계약을 보장하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세계 최고의 재능을 향한 레알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지만 당시 레알의 1군 벽은 너무 높았다. 이미 포화상태인 레알의 중원진에서 외데가르드가 뛸 자리는 없었다. 결국 외데가르드는 성장을 위해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히렌벤으로 무대를 옮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불운은 계속됐다. 반전을 노렸으나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며 4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임대에서 복귀해 레알로 돌아왔지만 이미 외데가르드의 더딘 성장세에 관심이 식고 말았다. 레알은 프리시즌 투어에서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 고에스에 더한 기대를 걸고 있다.
외데가르드 역시 출전 시간을 위해 레알을 떠날 생각이다. 그의 에이전트는 지난달 노르웨이 매체를 통해 “프리 시즌이 끝나면 미래를 결정하겠다”며 이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쉽(2부리그) 팀들인 아스톤 빌라와 더비카운티가 그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3연패한 세계 최고의 팀에서 2부리그로 가게 되는 것이다. 불과 3년 전 전 세계가 주목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실망감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레알에선 외데가르드의 자리가 없다.
레알에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는 아직 20세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선수 인생을 반전시킬 기회는 충분하다. 불운했던 천재가 선수 인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