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이 추진된다. 안중근 의사는 뤼순감옥에서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반장’(返葬)은 타향에서 죽었을 경우 시신을 고향으로 가져다 장례를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 효창공원에는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삼(三)의사의 묘’와 함께 ‘안중근 의사 가묘(假墓)’가 있다. 가묘는 김구 선생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3의사의 유해를 안장하며, 유해를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를 위해 묘비만 세워 놓은자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내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는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내·외 독립 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한 자리에서 “나라를 위한 헌신에 예우를 다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도리”라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안 의사의 후손 두 분도 함께하고 계신다. 108년 전, 사형을 앞둔 안 의사는 빌렘 신부와의 마지막 면회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이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으려는 전 인류적인 활동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동양평화론’에서는 동양평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고, 한·중·일이 공동으로 은행과 군대를 창설하자는 시대를 앞선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자유와 평화를 향한 안중근 의사의 위대한 정신과 발자취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여태까지 안 의사의 유해조차 찾지 못했다”며 “김구 선생이 효창공원에 마련한 가묘는 여전히 비어있다. ‘해방이 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달라’는 안 의사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유공자 및 유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보훈 복지 서비스 강화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보훈이야말로 강한 국가를 만드는 뿌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독립운동가 가문의 현재 삶의 모습이야말로 다음 세대에게 애국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제대로 된 보훈의 시작”이라며 “올해부터 애국지사에게 드리는 특별예우금을 50% 인상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하실 수 있도록 1만7000여명에게 지원금을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