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수족관에서 느끼는 소확행

입력 2018-08-16 09:00

물고기가 주인공인 만화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2003년 개봉 당시 우리나라에서 만화영화로서는 대단한 흥행인 13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개봉 후 13년이 지나 속편이 제작될 정도로 잔잔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니모를 찾아서’이다. ‘니모를 찾아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아기 물고기 ‘니모’를 찾아 모험을 떠난 아빠 물고기 ‘말린’의 이야기가 전해준 감동과 함께, 바다 속 해양생태계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상미가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니모를 찾아서’에는 니모 외에도 복어, 새우, 바다거북, 불가사리, 말미잘에 이르는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등장한다. 사실, 주인공인 ‘니모’는 4~5㎝ 크기의 붉은색 몸통에 흰색 줄무늬가 인상적인 흰동가리(clownfish)라는 해수관상어다. 흰동가리는 약 40여 년 전에 해수관상어 중 가장 먼저 인공번식 기술이 개발된 이후 대량생산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상어가 되었다.

관상어와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관상어를 단순히 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심리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는데, 2004년 미국의 바커(Barker)박사 연구팀이 전기 충격 치료를 앞둔 환자들을 수족관 내 관상생물을 바라보게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나누어 실험해 본 결과, 수족관 관찰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불안감이 12% 해소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사회교육학적으로도 관상생물과의 교감은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촉진시키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관상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관상어 시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간 4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7~8% 성장하고 있는,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유망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0년 2300억원 수준이던 관상어 시장 규모가 지금은 4000억 원을 넘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약 50만여 명의 관상어 동호인들이 활동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작은 어항 속에 나만의 바다 생태계를 꾸미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고 있다.

우리 정부도 관상어 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산업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지난 2014년 2월에는 관상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관상생물의 인공종자생산 및 품종개량 등 기초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 새로운 품종의 구피를 생산하여 민간 양식업체에 보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일반적인 흰동가리와 다른 독특한 모습을 지닌 백작 흰동가리 종자를 생산하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아울러, 관상어 관련 용품산업의 성장을 위한 기술개발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하여 바쁜 현대인이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먹이를 공급할 수 있는 스마트 수조를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관상어 생산‧R&D‧유통‧수출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아쿠아펫랜드” 조성을 추진하는 등 관상어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가연구기관, 민간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오는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관상어, 새로운 세계를 위한 발걸음’을 주제로 ‘2018년 한국관상어산업박람회’가 열린다. 다양한 관상어와 관련 용품의 전시는 물론, 해양수산부장관배 관상어 품평회 등 흥미로운 행사가 가득한, 관상어 산업과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합쳐져 관상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학교와 가정, 회사에서 형형색색의 관상어가 사는 어항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