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재판정서 ‘피해자다움’과 ‘정조’ 말했을 때 결과 예견했다”

입력 2018-08-14 13:32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발했던 김지은(33)씨는 14일 안 전 지사의 무죄가 선고된 직후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르겠다”며 판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씨는 1심 선고가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고 안희정의 범죄행위를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며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어둡고 추웠던 긴 밤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며 “무서웠고 두려웠으며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사람들과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에 지독히도 아프고 괴로웠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럼에도 지금 제가 생존해 있는 것은 미약한 저와 함께해주는 분들이 있어서였다”며 “평생 감사함을 간직하며 보답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명되는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위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증거 조사 결과에 따를 때 이른바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억압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음, 추행 상황에서도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제압당했다고 볼 상황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기일에 참석한 김씨는 묵묵부답 침묵을 지킨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다음은 김지은씨 입장문 전문

어둡고 추웠던 긴 밤을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서웠고 두려웠습니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사람들과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에 지독히도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제가 생존해 있는 건, 미약한 저와 함께해주는 분들이 있어서였습니다. 숱한 외압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목소리를 내주셨고, 함께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생 감사함 간직하며 저보다 더 어려운 분들께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어쩌면 미리 예고되었던 결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입니다.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저를 지독히 괴롭혔던 시간이었지만 다시 또 견뎌낼 것입니다. 약자가 힘에 겨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이 아니라, 당당히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혀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초석이 되도록 다시 힘을 낼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