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틱 빌바오, 강등권 싸움 속 낭만은 계속된다

입력 2018-08-14 13:15
아틀레틱 빌바오 공격수 아리츠 아두리스. AP뉴시스

스페인 아틀레틱 빌바오가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거상’으로 떠올랐다. 빌바오의 운영철학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빌바오는 최근 8개월 사이에 선수 이적으로 1억3050만 파운드(약 1877억원)를 벌어들였다. 지난 1월 센터백 아이메릭 라포르테가 5850만 파운드(약 865억원)에 맨체스터 시티를 떠난 것을 시작으로 지난 9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역대 골키퍼 최고 몸값인 8000만 유로(약 1038억원)를 기록하며 9일 첼시 입단을 확정했다. 케파는 2004년 빌바오 유소년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임대 생활을 제외하면 쭉 한팀에서 몸담아왔다.

주전 골키퍼와 센터백이 모두 나간 상황이지만 빌바오는 개의치 않는다. 빌바오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유망주들은 대부분 고액의 연봉을 보장하는 거대 클럽들로 이적했다. 하지만 그들을 대체할 또 다른 ‘신성’이 나타났다. 그런만큼 빌바오는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선수단의 8할 이상이 모두 케파와 같은 구단 유소년 출신들이다. 빌바오는 스페인 뿐만 아니라 남미와 프랑스에서도 재능을 갖춘 바스크 혈통 선수들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빌바오는 1898년 창단 이래 철저하게 바스크에 적을 둔 선수만을 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국내 K리그의 수원삼성블루윙즈가 수원시민만을 선수로 뽑는 것이다. 단 바스크인이 아닌 바스크에 적을 둔 선수의 경우다. 예컨대 빌바오의 전설적 골키퍼인 비셴테 비우룬은 브라질 태생이지만 바스크 지역 주 하나인 기푸즈코아에서 오랜시간 거주를 했기 때문에 빌바오에서 뛸 수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이 바스크 혈통이라는 점을 들어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용병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 큰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한에도 경쟁력은 여느 타클럽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외국인 용병 없이 철저하게 바스크인들로만 구성하는 구단 정책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프리메라리가 통산 우승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역시 통산 우승 23회로 바르셀로나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단 한 번도 강등을 당한 적이 없는 명문이다.

빌바오의 운영 철학은 고유의 언어와 풍습을 지니며 자치 정부를 통해 카탈루냐와 함께 스페인 독립에 앞장서는 바스크인들만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클럽에 대한 선수들의 애정역시 특별한데 호세바 에체베리아는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인 2008-2009 시즌을 무료로 뛰기도 했었다.

바스크 출신 선수들 중에도 이름값 높은 이들이 즐비하다. 현재 빌바오에서 뛰고 있는 선수뿐만 아니라 하비 마르티네스(바이에른 뮌헨)와 마르코 아센시오(레알 마드리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첼시) 역시 바스크 인들이다.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바스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훌렌 로페테기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 아스날의 우나이 에메리 감독 역시 바스크 출신이다.

이적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며 선수 한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는 파리 생제르망(PSG)이나 맨체스터 시티가 유럽을 주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2018 빌바오는 프리메라리가 16위에 위치하며 힘겨운 강등권 싸움을 했었다. 그럼에도 “원칙을 포기하느니 강등을 택하겠다”는 빌바오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자본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 속이기에 자신들의 낭만을 지켜나가는 빌바오의 고집은 빛날 수밖에 없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