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농업 기업인 ‘몬산토’의 제초제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배심원 평결이 미국 법원에서 내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 유발 물질로 지목된 ‘글리포세이트’가 들어간 제초제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한때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제한했었지만 지난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법원은 몬산토의 ‘라운드업’ 등의 제품에서 글리포세이트 성분 제초제가 암을 유발한다고 제기된 소송 1심에서 원고에게 2억8900만 달러(약 32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학교 운동장 관리인 드웨인 존슨씨는 세계 최초로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몬산토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의 변호인은 원고가 매년 20회에서 30회가량 몬산토의 제초제인 ‘라운드업’과 ‘레인저프로’를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제초제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몬산토가 제초제 성분의 발암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고 이것이 원고의 암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 몬산토에 책임이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원고 측은 이날 평결에 대해 “미 환경보호청(EPA)에 큰 경종을 울릴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내 유사 케이스는 4000건이 넘는다. (집단소송과 유사한) 단일 광역소송(MLD)도 400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반면 몬산토 측은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안전하다는 수백 건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몬산토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5000 건 이상의 유사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전문가들은 기형아 출산과 호르몬계 문제 등의 부작용이 거론되는 만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특히 글리포세이트가 농작물 뿐만 아니라 이를 먹은 동물과 사람의 몸에서도 축적되기 때문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여성의 모유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몬산토 제초제에 함유된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물질인 ‘2A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한때 사용을 제한했지만 지금은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등 전 세계에서 매년 사용되는 몬산토 제초제의 규모는 8억톤에 이른다.
농촌진흥청은 2017년 1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제품에 대해 “발암 위해성이 낮고 가격이 저렴하다”며 국내 글리포세이트 출하제한 처분을 해제했다. 농촌진흥청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 지난해부터 품목 등록이 돼 있다”며 “등록 규정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 몬산토 등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의 사용량은 전체의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