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포항야구장에서 펼쳐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대졸 2년차로 세 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3회말 2사후 주자없는 상황. 삼성 이승엽과의 두 번째 승부였다. 결과는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이었다. 이승엽의 개인 통산 400번째 홈런이었다. 또 5회 채태인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4이닝 8안타(3홈런) 3볼넷 3삼진 7실점. 롯데 우완 투수 구승민이다.
청원고 시절 내야수였던 구승민은 홍익대 진학 후 투수로 전향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6 라운드(전체 52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계약금 5000만 원에 불과했다. 2015 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했다가 지난해 가을 전역했지만 1군의 부름은 없었다.
그런 구승민이 2018년 시즌 후반기 들어 ‘미스터 제로’로 거듭나고 있다. 4월 13일 KIA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전반기 성적은 3승 1패 2홀드 평균 자책점 3.83이었다. 준수했다. 이때까진 추격조였다. 후반기 성적은 더욱 빛나고 있다. 후반기 10경기에서 1승 5홀드 평균 자책점 0.93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0이다. 특히 롯데의 지난주 4승 가운데 3승에 힘을 보탰다. 1승2홀드. 압권은 12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11-2로 앞서다가 3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한 6회말 2사 만루에서 등판했고, 정진호를 3구 삼진으로 잡으며 무너지는 롯데를 바로 세웠다. 8회 2사까지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 내며 손승락에게 공을 넘겨줬다. 결과는 승리투수였다. 언터처블 필승조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구승민의 역할은 이제 분명하다.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해 위기 상황을 매조지하고 마무리 손승락에게 세이브 상황을 물려주는 것이다. 묵직한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롯데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직구장에서 3연전을 치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 앞선 마지막 3게임이다. 5위권 순위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선 구승민을 비롯한 불펜들의 미친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