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강아지 “심장병을 앓아온 것 같다…”

입력 2018-08-13 14:42
시민 제공

전북 익산시에서 강아지를 ‘의류수거함’에 몰래 버리고 도망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아지는 119 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폭염 속 장시간 의류수거함에 갇혀 있었던 탓에 폐부종이 생겼고, 유기 당시 내던져지듯 버려지면서 골반이 부러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8시쯤 익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 근처 의류수거함에서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발견됐다. 현재 강아지를 보호하고 있는 익산보호소 봉사자 유소윤씨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아지를 최초로 발견한 시민에 따르면 의류수거함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곧바로 지구대에 신고했으며 이후 출동한 119 구조대가 의류수거함 자물쇠를 뜯어 안에 있던 강아지를 구출했다”고 전했다.

유기된 강아지가 최초로 발견된 의류수거함. 시민 제공

구조된 강아지는 10살 정도로 추정되는 암컷 말티즈 종이다. 유씨에 의하면 발견 당시 강아지는 의류수거함 안에서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고 한다. 이날 익산은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다. 1.5kg 정도 밖에 나가지 않는 비쩍 마른 강아지는 구조되자마자 비틀비틀 걸어가다 이내 풀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동물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강아지는 치료를 받은 후 현재 유씨와 익산보호소 봉사자들이 돌보고 있다. 이들은 강아지에게 ‘하얀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유씨는 “하얀이는 치료를 받아도 두 세 달 정도 밖에 살 수 없다”며 “사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장병을 앓아온 지 꽤 오래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하얀이는 10살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전 주인과 최소 8년 정도는 같이 살았을 거라고 본다”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반려견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버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인간의 탈을 쓰고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 강아지를 더 이상 못 키울 것 같으면 동물보호소에 연락해 사람이 맡아 키우도록 조치를 취하던가, 이마저도 힘들면 차라리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고 갈 것이지, 생명이 있는 강아지를 죽으라고 의류수거함에 넣고 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도 생명”이라며 “먹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는 못하는 이 와중에도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 부디 이 아이에게 기적이 일어나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 제공

유씨는 “최근 익산에는 새끼 강아지를 박스에 넣어 유기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컵라면 박스부터 휴대폰 박스 등에 새끼 강아지를 넣어 몰래 버리고 있다”며 “이렇게 나날이 잔인해지는 동물학대 수법을 보고 있자면,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 사람들이 더 이상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은 반드시 색출해 처벌하고, 신상도 공개해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익산보소호는 강아지를 유기한 범인을 찾기 위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보자를 찾고 있다.

현재 익산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확인하고 탐문수사를 펼치며 강아지를 유기한 범인을 찾고 있다. 다만 범인이 강아지를 유기한 시점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고, 강아지를 가방에 넣어 옷가지들과 함께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범인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파악된다. 강아지를 의류수거함에 유기한 범인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학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을, 유기 시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