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또 ‘공개 회담’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13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4차 남북 고위급회담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회담을 제한하지 말고 투명하게 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열린 고위급회담에서도 같은 제안을 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회담 문화를 바꿀 때가 됐다”며 “제한되게 하지 말고 공개되게, 투명되게, 사실이 보다 공정하게 알려질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렇게 다 보는 데서 일문일답을 하면 기자들이 잘못된 추정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고의적으로 그러기야 하겠느냐만 ‘회담 실황 모르니까 추측한 게 이렇게 잘못되지 않았는가’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에 “이 위원장 제안에 공감한다”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면 고려할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카메라가 지켜보면 말주변이 이 위원장보다 못하다”고 거절했다.
이 위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시대와 민족을 선도하려면 당국자들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며 “성격과 말주변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민족에게 견해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은 중대사라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그런데 회담이라는 것은 견해가 일치해야 하는 것이니 만큼 남측에서 거절하면 북측 기자들이라도 놔두자”고 했다.
조 장관은 이 위원장 요청을 다시 거절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기자들 눈빛 보면 공개하는 게 참 좋다는 인상인데”라며 아쉬워하다가 “남측 수석대표가 정 그러면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부터는 꼭 기자들 다 있는 자리에서 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 위원장과 이날 “북남관계가 막역지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과 남이 지향점이 같아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손잡고 나가는 시대가 됐구나 새삼 실감한다”면서 “북남 수뇌부들께서 마련해준 소중한 관계 개선의 씨앗을 잘 가꿔 거목이 되도록 하는 일환으로 오늘 이 회담도 진행된다고 본다”고 했다.
조 장관도 “북측에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는 속담이 있는 걸로 아는데 맞는지 모르겠다만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런 마음으로 해 나가면 못 풀 문제가 뭐 있느냐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고위급회담에는 남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을 포함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참여했다. 북측에서는 이 위원장이 단장으로 나섰으며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