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앞을 가득 메운 “나치주의자들은 돌아가라” 함성

입력 2018-08-13 09:16 수정 2019-08-29 16:30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목소리보다 인종차별 반대 시민들의 함성이 백악관 앞을 메웠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앞뜰 격인 라파예트 스퀘어에서 12일(현지시간)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와 인종차별 반대 시민들의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양측의 충돌은 ‘샬러츠빌 사태 1주년’을 맞아 재연됐다. ‘샬러츠빌 사태’는 지난해 8월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군을 이끈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반발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일으킨 대규모 폭력시위다. 당시 시위로 무고한 시민 1명이 숨졌는데, 시위 사태 1주년을 맞아 인종문제가 다시 폭발한 것이다.




백악관 앞 시위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본격화됐다. 비가 내렸지만 시위대들은 각각 집회를 이어갔다.

워싱턴 경찰은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경찰차와 트럭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시내 주요 도로를 통제했다. 또 백인 우월주의자와 인종차별 반대 시민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주요 요충지에 경찰관들을 집중 배치, 이들을 분리시켰다.

특히 경찰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에워싸며 충돌에 대비했다. 워싱턴 도심 상공에는 경찰 헬기가 시위 현장을 비행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인종 차별 반대 시민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향해 “Go home, Nazis, Go home(나치주의자들은 모국으로 돌아가라)”, “Shame, Shame, Shame(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인종 차별주의에 맞서 단합하고 싸우자’, ‘나치 반대, KKK 반대, 미국 파시스트 반대’, ‘트럼프·펜스 정권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반(反) 인종차별 시위를 벌였다.

우려했던 시위는 인종 차별 반대 시민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이번 워싱턴 집회를 준비하며 최대 400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집회에 나온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수는 30명에 불과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하이디 피셔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메릴랜드주에서 왔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주의자들과 대항하기 위해 40만명 이상이 죽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 나치주의자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조이 에반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로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채 양측의 시위는 끝이 났다.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