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미국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돈이 없어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뺏기는게 다반사였다. 리빌딩에 목말라 있던 단장 ‘빌리 빈’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 브랜드’를 영입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빌리가 주목한 점은 출루율이었다.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지표가 바로 출루율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볼넷을 하도 잘 골라 볼넷의 영웅이라 불리는 선수, 수비를 두려워하는 1루수지만 출루율은 높은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한다. 현장 감독의 저항에 부딪혀 처음에는 뜻을 이루지 못하다 결국 리그 최초 20연승의 신화를 창조한다. 야구팬들이라면 한번쯤 봤을 2011년 개봉 실화 영화 ‘머니볼’이다.
출루율은 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베이스에 얼마나 많이 살아 나갔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이다. 타율과 비교할 때 안타의 경우 출루율도 높아진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 희생플라이는 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출루율에선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은 도움을 주지만 희생플라이는 마이너스다. 영어로는 On Base Percentage 라고 한다.
전통적인 야구기록에서는 타율과 홈런, 타점을 중요시했으나 현대 야구에선 출루율과 장타율을 중요시하고 있다. 공식기록상의 타율과 출루율을 단순히 비교하면 출루율이 팀 공헌도에서 앞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타율은 개인의 타격 능력만 표시하는 수치이지만 사사구까지 포함되는 출루율은 일단 베이스에 많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팀 공헌도에 더욱 높게 반영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출루율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감독 겸 선수가 유일무이하게 4할 타율을 기록한 것은 기억하지만 그가 5할 출루율을 기록한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KBO리그에서 시즌 5할 출루율은 1982년 백인천(0.502)과 2001년 롯데의 외국인타자 펠릭스 호세(0.503) 등 2명뿐이다. 김태균은 국내 최다인 86경기 연속출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KBO 리그 출루율 1위 팀은 두산 베어스다. 0.372다. 2위인 SK 와이번스 0.358이나 3위 한화 이글스 0.343을 압도한다. 반면 NC 다이노스는 0.324로 최하위다. 팀 성적과 어느 정도 비례한다. KIA 타이거즈는 0.363으로 출루율 2위이지만 7위에 머물러 있는 점이 다소 예외다.
개인별로는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가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무려 0.455다. 타율 0.340보다 1할 이상 높다. 볼넷 55개로 1위인 점이 출루율 1위를 만드는 힘이다. 상대 투수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알 수 있는 수치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그러나 승리를 위한 첫 걸음은 출루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방을 노리는 것보다 한 걸음을 성실히 내딛는게 중요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