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교통사고로 ‘환자 사망’ 트라우마… 보직 변경한 소방대원

입력 2018-08-13 00:02
뉴시스

승합차와 충돌해 응급환자가 숨진 119 구급차의 운전대원이 트라우마로 보직을 변경했다.

사고는 지난달 2일 오전 11시쯤 광주 운암동 한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최모 소방교가 몰던 119구 구급차와 스타렉스 승합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구급차는 왼쪽으로 넘어졌고, 긴급 이송 중이던 응급환자 A씨(91·여)는 급히 다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2시간여 만에 숨졌다. 구급대원 3명과 응급구조학 실습생도 부상을 입었다.

최 소방교를 비롯한 구급대원 2명 모두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10일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구급 활동에 공백이 생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최 소방교는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다른 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구급대원은 원래 일하던 119안전센터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다.

최 소방교는 새로 옮긴 119안전센터에서 그동안 해온 응급환자 이송 업무가 아닌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2015년 임용된 최 소방교는 이미 화재진압 대원을 거쳐 상당 기간 구급대원으로 일해왔다. 최 소방교의 동료는 그의 이러한 선택에 대해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동료들이 격려하고 있지만,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소방교는 환자를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중 신호를 위반해 주변 차량이 구급차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의 책임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다만 처벌 여부는 결론나지 않았다. 숨진 김씨의 사인이 교통사고인지, 사고 이전의 심정지인지가 가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달 중순에 나올 부검 결과를 토대로 최 소방교의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119구급차는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응급환자 이송 등 긴급상황 때 신호위반이나 속도 제한 단속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는 면책 규정이 따로 없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따른다. 다만 긴급상황의 시급성과 불가피성 등을 고려해 형의 감면이나 면제도 가능하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