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토트넘,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

입력 2018-08-12 16:40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뉴시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른 의미로 굉장히 큰 화제를 모았다.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단 한 명도 영입하지 못했다. 2002년 여름 이적 시장이 도입된 이후 EPL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라 놀라움은 더했다. 새 구장의 증축으로 엄청난 자금을 지출한 여파가 이적시장에까지 미쳤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같이 막대한 투자로 전력이 강화된 경쟁팀들을 바라보면 팬들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갈 법도 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 영입을 하지 못한 게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결정이다. 최고 선수들을 지켰고 선수단도 좋다. 용기 있는 결정이다”고 변함없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포체티노 감독의 자신감이 허세는 아니다. 스쿼드의 질과 뎁스는 매우 훌륭하다. 딱히 취약하다고 뽑을 만한 포지션도 없다. 해리케인과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대부분 선수들은 모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시작부터 발을 맞춰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토트넘 출신 5명이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했다. 케인과 알리 뿐만 아니라 에릭 다이어와 대니 로즈, 키에런 트리피어는 모두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팀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포체티노 감독 스스로가 팀의 세대교체를 이뤄낸 당사자인 만큼 선수단의 노쇠화 역시 아직은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그런만큼 토트넘의 전술적 완성도는 매우 훌륭하다. 포체티노 감독의 말처럼 선수 연봉에 돈을 많이 쓰지 않는 토트넘에서 기존의 선수들을 지킨 것만으로도 나름 성공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토트넘의 주축 선수들은 최고의 활약을 보인만큼 이적설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이적설이 강하게 불거졌다. 포체티노 감독 본인조차도 지네딘 지단의 후임으로 레알 마드리드 부임설이 유력했던 터였다.

하지만 문제는 선수단 구성과 전술적 부분에 대한 변화가 없다는 것에 있다. 토트넘은 11일(현지시간) 뉴캐슬을 상대로 2018-20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 나서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선발 구성을 내놓았다. 마치 지난 시즌의 데자뷰를 보는 듯 했다. 지난 시즌 37라운드에서 뉴캐슬과 맞붙을 당시 케인, 알리, 에릭센, 무사 시소코, 다빈손 산체스, 벤 데이비스, 얀 베르통언, 휴고 요리스 등 8명의 선수가 그대로 이번 개막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과 케인에게 집중되는 토트넘의 공격 루트는 변화가 없는 만큼 서서히 그 파훼법과 문제점을 드러낼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 역량과 리저브팀에서 새로이 1군으로 올라온 어린 선수들로 그러한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인플레이션이 매년 가속화되는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 흐름 속에서 토트넘의 ‘제로 사이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지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