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보 쿠르투아(26·벨기에)의 레알 마드리드 행에 분노한 것은 첼시 팬들 뿐만이 아니다. 레알의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 역시 쿠르투아를 바라보며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레알과 아틀레티코는 같은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쓰는 지역 라이벌로 우승 트로피를 두고 싸우는 원수지간이다.
쿠르투아는 2011년 첼시와 계약을 체결 후 2014년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를 떠났다. 쿠르투아는 그곳에서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뤄내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를 밟으며 세계 최정상 수준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레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레알 입단식을 하는 도중 쿠르투아에게 아틀레티코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쿠르투아는 “아틀레티코를 존중하지만 내 목표는 레알 입단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다. 난 내가 원하는 구단에 왔다”고 발언했다. 쿠르투아의 이 한마디는 가뜩이나 성난 아틀레티코 팬들의 화를 키웠다.
2012-2013 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레알을 꺾고 난 이후 축하 퍼레이드에서 레알 팬들을 조롱하는 응원가를 불렀던 그였기에 아틀레티코 팬들의 분노는 더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 등에 따르면 아틀레티코 팬들은 쿠르투아를 비난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장난감 쥐를 그에게 던지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투아는 앞서 첼시에서 팀 훈련 무단불참이라는 초강수까지 던지며 레알 이적을 강행했다. 그간 첼시는 쿠르투아의 출전시간 보장을 위해 전설적인 선수 페르트 체흐(36)를 라이벌 아스날로 떠나보냈고 골키퍼 코치들 또한 그의 입맛에 따라 바꿔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존중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데 대한 첼시 팬들의 비난과 분노는 절정에 치달았다. 성난 첼시 팬들이 배신자를 의미하는 뱀 모양의 이모티콘을 쿠르투아의 SNS에 도배하기도 했다.
쿠르투아의 옛 은사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그에게도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존중을 드러냈다. 시메오네 감독은 12일 스페인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자신 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쿠르투아는 오는 15일 UEFA 슈퍼컵에서 옛 친정팀 아틀레티코를 상대하게 된다. 슈퍼컵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우승자들이 격돌하는 매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