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금 받을 수 있나요” 청와대 국민연금 폐지 청원 등장

입력 2018-08-12 16:23 수정 2018-08-12 17:10
뉴시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연급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가입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연금 폐지’ 국민청원도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앞두고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재정추계위원회·제도발전위원회·기금운용발전위원회 논의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정부는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에 따라 제도의 지속 가능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번 논의도 장기 전망 차원에서 이뤄졌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의무가입기간이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60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62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을 받는 나이는 5년마다 한 살씩 상향 조정돼 2033년부터는 만 65세가 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을 점증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이럴 경우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2028~2033년까지 4% 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12일 하루에만 국민연금과 관련된 청원이 약 250건 올라왔다. ‘국민연금 가입은 강제면서 돌려준다던 액수는 점점 줄어드는 게 말이 되냐’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은 그대로 두면서 국민연금만 손보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입장문에서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은 확정적인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자문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나온 대안들은 말 그대로 자문안이다. 여론 수렴과 논의 과정을 거치기 전에는 정부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서도 자문안의 이런 성격을 이해해 자유롭고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휴일 오전에 입장문까지 내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성난 여론으로 인해 제도 개선 논의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부양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연금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간 전문가들로 이뤄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와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등은 12일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기가 2060년에서 2057년전으로 3년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생률이 급증하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 고갈은 언젠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확정적인 위기다. 정부 측이 연금 개정이라는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앞서 고령화 위기를 맞이한 유럽 국가들은 이미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연금 지출을 줄였다. 이들은 보험료율을 높이고 수급 시기를 늦추는 등의 긴축정책과 함께 연금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자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었었다.

유럽 국가들은 연금개혁ㅇ,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재정 적자 비율을 축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진입하는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연금보험료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인하는 일시적인 방책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금보험료 인상은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떨어트리고 소득대체율 인하는 노후 생계보장을 불안하게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연금개혁의 방향은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거나 출생률을 높여 납세자들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출생률이 날로 떨어지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이는 실현하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