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5일 부산 사직 야구장. 영건 김원중은 들쭉날쭉 피칭으로 한달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격의 롯데로선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날 김원중은 크레이지 모드였다.
롯데 타선은 1회말부터 4점을 뽑아내 김원중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롯데는 두산 선발 유희관이 경기 초반 제구에 애를 먹는 사이 전준우-손아섭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진이 연속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이대호와 강민호, 박헌도 등 3명의 타자가 연속으로 적시타를 터트렸다. 문규현의 희생 번트로 3루에 있던 강민호까지 홈으로 불러들여 4-0으로 앞서 나갔다. 3회초 두산 내야 수비가 흔들리는 사이 추가로 3점을 뽑아냈다.
김원중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한 것이다. 최고 시속 147㎞까지 나오는 패스트볼로 공격적인 투구를 한 것이 효과를 봤다.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민병헌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이 이날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날이후 김원중은 9월 초까지 매 이닝 6이닝 이상 소화하는 이닝 이터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진격의 롯데에 힘을 보탰다. 최종 결과는 정규시즌 3위였다.
올해 롯데는 48승 2무 57패로 8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5위 LG와의 격차는 3경기로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다. 그러기에 전날 패했기에 12일 두산전 선발 투수로 출전하는 김원중의 어깨가 무겁다. 장소는 사직이 아닌 잠실이지만 상대 투수는 유희관으로 분위기는 비슷하다.
김원중은 올해도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삼진 111개로 리그 12위이지만 볼넷은 56개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사구도 7개나 된다. 뛰어난 구위를 가졌음에도 제구력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선발로서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는 벤치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팬들의 믿음에 보답할 때다. 관건은 제구력이다. 볼넷을 남발한다면 승산이 없다. 1년 전 추억 속의 김원중의 재현이 기대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