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거 아니니? 거울 좀 봐라”… 국립국악원 무용단 갑질 폭로

입력 2018-08-12 07:08 수정 2018-08-13 18:06
국립국악원무용단 갑질, 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국립국악원 무용단에서 인격 모독, 갑질, 인권 탄압이 일어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국립국악원무용단 갑질, 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6시 광화문에서 ‘위계에 의한 갑질 및 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열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전통 무용의 보존과 발전을 목표로 하는 국립예술기관이다. 비대위는 “국악원 무용단 전 권한대행(2016~2018년 7월)과 일부 보직단원들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일부 단원들의 악의적 출연 배제 등 갑질을 자행했고, 외모 및 신체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인격모독 행위가 일상화돼 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원들은 “정상적인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무용단 단원들은 비공식 단원 자치 협의체인 ‘국립국악원 무용단 노동복지 협의회’를 통해 단원들의 피해사례를 수집해왔다. 이들은 국악원장과 행정실을 여러 차례 방문해 그간의 피해사례들에 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조사결과에 따른 책임자 조치를 요구했다.

국립국악원무용단 갑질, 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하지만 이들은 국립국악원장 행정실이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악원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조속한 사태의 진상과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단원들이 겪은 부당 사례들도 공개했다. 보직단원 안무자 A씨는 미혼 여성 단원에게 “너 임신한 거 아니니? 거울 좀 봐라. 애 낳고 온 000보다 뚱뚱해”라고 말했으며, 손가락으로 여성 단원의 머리를 치며 “너는 노란 대가리로 공연을 하니?”라고 말하며 모욕감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다른 보직단원 안무자 B씨가 일부 단원들을 공연에서 장기간 배제하거나 단원이 창작한 안무를 본인의 것으로 가로채 단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자신만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현 국악원 무용단의 사태는 국악원 전체의 문제이며, 나아가 문화예술계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예술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갑질과 인권탄압 사태 근절을 위해 소리를 높이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악원무용단 갑질, 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국립국악원 측은 “진상조사단 구성을 통해 정확한 사실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단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인사를 50% 이상 참여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관련 규정에 따라 관련자 처벌 등 조치를 할 것”이라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연주단 고충처리함 설치, 원장과의 대화방 개설, 원장과 연주단원과의 소통 정례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