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감독도 싹둑…소아암 환우 돕기, SK 동행은 계속 된다

입력 2018-08-12 00:03 수정 2018-08-12 01:17
트레이 힐만(왼쪽) SK 와이번스 감독이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 지난 1년간 길러왔던 모발을 기부하고 있다. 힐만 감독의 모발은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가발 제작에 사용된다. SK 와이번스 제공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이 지난 1년간 길러왔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구단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서였다. 힐만 감독과 SK 구단은 소아암 어린이 돕기를 비롯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힐만 감독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앞서 구단이 마련한 희망 더하기 캠페인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힐만 감독의 모발 기부였다. 힐만 감독은 ‘The Most Beautiful Hair(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머리카락)’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힐만 감독의 아내가 함께 나서 머리카락 커팅에 동참했다.

힐만 감독은 “이러한 활동이 (소아)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 팬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SK와 같은 구단에서 일을 하는 게 자랑스럽다. 팬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트레이 힐만(가운데) SK 와이번스 감독이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자신이 기부한 모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평소 힐만 감독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단의 일원이라면 받은 사랑을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항암 치료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가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구단을 통해 머리카락 기부 의사를 표했다. 이후 힐만 감독은 머리를 자르지 않고 계속 길렀다. 모발을 기부하려면 머리카락을 25㎝ 이상을 길러야 했기 때문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하나의 가발을 만들려면 200여명의 모발 기부가 필요하다고 한다.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소아암 환자 수가 1만 명이 넘지만 기부되는 가발은 월 평균 6~7개 수준이다.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취지로 구단 주도의 연중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는 올 시즌 내내 소아암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투수 김광현이 정규시즌 첫 등판을 마친 뒤 모발을 기부했다. 그는 힐만 감독이 머리를 기르는 이유를 듣고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광현의 모발로 만든 가발의 전달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김광현이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가발 증정식에 참가한 모습. SK 와이번스 제공

단순히 모발 기부 행사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힐만 감독이 직접 인하대병원 소아 병동을 찾아 소아암 환우들을 만나 격려 인사를 하고 선물을 전했다. 이재원과 박종훈, 노수광 등은 소아암 어린이를 돕고자 SK 팬들과 함께 헌혈에 동참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힐만 감독은 시신경교종으로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김진욱(11)군의 교실을 직접 찾아가 야구 글러브, 공, 유니폼, 모자 등을 선물했다. 힐만 감독은 김군을 격려하고자 한여름에 산타크로스 복장을 하고 깜짝 방문했다. SK 홈경기 초청을 받은 김군은 이날 가수 효린과 함께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진욱 어린이(오른쪽)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가수 효린과 함께 시구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SK 구단은 ‘소아암 아동 40%의 치료 포기와 80% 이상의 완치율’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사랑의 문자 이벤트인 ‘소아암아동돕기#4080’도 진행 중이다. 전용 후원 문자번호 #70794080로 응원 문자를 보내면 건당 2000원이 정보이용료가 기부되는 방식이다. 기부 금액은 소아암 아동 치료비로 전액 사용된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이벤트는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며, 4080건(816만원)의 기부를 목표로 한다.

SK는 잔여시즌 동안 팀 홈런 개수에 따른 가발 기부, 힐만 감독의 가발 증정식, 소아암 어린이 초청 등의 캠페인 행사들을 추가 계획하고 있다. SK 구단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노력을 통해 진정성을 더하고 있다.

인천=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