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또래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억울하게 목숨을 끊은 여중생의 뒷 얘기가 공개됐다. 10일밤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인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다뤘다.
이 사건은 지난달 20일 중학생 A양(13)이 인천 연수구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A양은 학교폭력에 의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망 5개월 전 성폭행을 당했던 정황이 A양 소셜미디어와 가해자 진술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현재 인천 연수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혐의로 B군(13)과 C군(13) 등 2명을 조사중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A양과 알고 지냈던 이들은 지난 2월 인천의 한 건물에서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 중 한 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A양 사망 후 휴대전화에서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문답형 SNS’에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성 관련 내용의 대화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 중 한 명은 피해자의 언니 등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성폭행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자신의 SNS에 성폭행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범행을 부인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제작진은 가해자 아버지와 전화 통화한 내용도 방송에서 공개했다. 가해자 아버지는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A양을 강간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애는 강간의 기준도 모른다”면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서 강제로 한 것을 강간이라고 하지 않느냐. (강제로 옷을 벗기는) 행위는 아들이 했지만 강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실은 다 경찰에 있다”고도 했다.
‘유가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유가족 측이) 먼저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저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다. 이걸 강간으로 치부하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성폭행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여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현재 A양의 친구와 유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A양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며 소년법 폐지와 함께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A양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년법 폐지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