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손실을 취소화 하려면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하고 무역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의 경제 전문가인 쉬이미아오는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쉬이미아오는 “중국은 갈수록 보복 수단이 고갈되고 있는데다 유럽연합(EU)이 미국 편으로 돌아섰다”면서 “중국의 경제가 더 타격받기 전에 미국과 타협해 무역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 7월 6일 미국이 340억 달러 중국 제품에 25%의 고관세를 부과하하자 중국이 다음날 똑같은 규모와 관세율로 보복에 나서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어 미국이 8월 7일 미국이 160억 달러 중국 제품에 25%의 고관세를 추가 부과하자 중국 역시 다음날 똑같이 맞받아쳤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로 계속 맞서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5000억 달러에 달하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은 130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이 미국산 제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유를 보복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중국의 보복수단에 힘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쉬이미아오는 “중국은 무역전쟁에 대응해 유럽 등과 힘을 합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유럽연합(EU), 일본, 멕시코 등이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당초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탄에 맞서 EU 등 다른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분쟁을 타결하면서 EU는 미국의 편에 섰다. EU 외에 일본이나 멕시코 등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 맞서는 것을 꺼리면서 오히려 중국이 포위를 당하게 됐다.
쉬이미아오는 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강경 대응 전략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내 학계, 싱크탱크, 금융계 등에서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정책 방향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며 “중국이 지난 40년간 개혁개방을 통해 얻은 것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편입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여전히 미국의 수요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경제적으로 맞설 준비가 안됐다”면서 “미국과의 대결보다는 중국 내부의 발전과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갈등만 심화시킨 상태다. 미국 경제도 내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중국 경제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쉬이미아오는 “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단기적인 손실이 때로는 장기적인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이미아오의 주장은 그동안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들이 중국의 무역전쟁 보복 조치를 정당화하고, 결국 미국이 무역전쟁에 패배할 것이라고 강조해 온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점차 중국 내에서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