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해 8월 금수 품목으로 지정한 북한산 석탄은 어떻게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반입됐을까.
관세청이 1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업체 3곳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371호) 채택 후 북한산 석탄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러시아를 환적 장소로 이용했다.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항구에 잠시 하역한 뒤 다른 선박에 바꿔 싣고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해 세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해 8월 12일 대안항을 출발한 북한 선박 ‘운봉2호’는 러시아 홈스크항에 석탄을 환적했고, 이 중 4156t이 스카이엔젤호에 실려 지난해 10월 2일 인천항에 들어왔다. 이 사례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지난 6월 제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에 언급도니 내용이다. 이렇게 러시아산으로 위장돼 반입된 석탄은 발전업체 등에 납품됐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러시아산 무연성형탄(조개탄)에 대한 세관의 수입검사가 까다로워지자 아예 품명을 위장했다고 관세청은 밝혔다.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세미코크스인 것처럼 속인 것이다. 이들은 거래 금지로 가격이 하락한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들여와 매매 차익을 거두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 조사 결과 3개 업체는 북한산 물품을 러시아를 경유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석탄을 확보했다. 중개무역의 대가로 받은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것이어서 직접적인 대금 지급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세 업체 운영자인 A(45세·여), B(56), C(45)씨에 대해 관세법상 부정수입 및 밀수입, 형법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물품을 반입할 경우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 위반죄도 성립되지만 관세청은 이 부분은 수사 권한이 없다고 보고 검찰로 판단을 넘겼다.
관세청은 지난해 10월 정보당국으로부터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3개 항구에서 환적돼 국내로 수입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관세청은 중요 피의자들이 출석을 미루거나 혐의를 부인했고, 방대한 압수 자료를 분석하느라 수사 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성분 분석만으로 석탄의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소 유지를 위한 정밀 수사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