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이 부정수입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관세청을 비롯한 세관당국의 허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부정수입 첩보를 일찌감치 확인하고도 최초 수사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결국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에서 북한산 석탄이 납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세관당국은 지난해 10월까지 여러 관계기관을 통해 북한산 석탄이 부정수입되고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3개 항구에서 환적해 한국으로 수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세관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총 7차례 북한산 석탄을 그대로 통관시켰다.
관세청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계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정보는 북한산이 의심된다는 첩보 수준이었고, 북한산 석탄이라는 확증이 없었다”며 “단순한 의심 등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경우 일단 통관조치한 후 사후조사를 통해 위법여부를 확인하는 게 통상적인 순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통과되는 등 대북관계 긴장이 높아지던 시점에서 관세청이 첩보를 안일하게 다룬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관련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한 뒤 혐의를 파악하는 데만 10개월이 소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불법적으로 수입된 북한산 석탄은 최종 소비처에서 모두 사용돼 버렸고, 압수 등 제대로 된 사후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러시아 항구 내 보관기간이 길어 물품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고, 중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출석을 지연하는 등의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국남동발전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 석탄을 부정수입한 수입업체 H사는 지난해 8월 한국남동발전 입찰공고에 t당 가격을 96달러로 적어 냈다. 이는 H사 다음으로 낮은 가격을 써냈던 A사에 비해 t당 27.95달러나 낮은 가격이었다. 원산지가 동일한데도 가격이 낮다면 러시아산보다 가격이 싼 북한산이 아닌지 의심해 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부정수입된 석탄의 발열량과 관련해서도 북한산을 의심해볼 여지가 있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이 입찰공고시 제시한 발열량 조건은 6300㎉/㎏ 이상이었다. 그러나 H사 석탄의 선적 전 시험성적 결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5907㎉/㎏였다. 발열량이 러시아산에 비해 낮은 북한산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관세청은 한국남동발전에 대해서는 따로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고나 조사 시 여러 정황에 비춰 관세법 위반 등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서면조사했다”고 밝혔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