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혹 석탄, ‘러시아산’으로 원산지 세탁

입력 2018-08-10 12:23 수정 2018-08-10 12:52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심 선박으로 관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샤이닝리치호가 지난해 10월 가짜 증명서로 원산지를 조작해 국내에 석탄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석탄의 발열량이 북한산 무연탄의 발열량 범위와 일치해 이 석탄이 북한산일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위 소속 정유섭 의원은 9일 “남동발전으로부터 지난해 10월 동해항에 입항한 러시아산 석탄의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받아 검증한 결과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들여 온 무연탄의 원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10월 국내 무역업체인 H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무연탄 9703t을 수입한 업체다. 이 무연탄을 운반한 선박 2척은 북한산 석탄반입 혐의로 관세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중 샤이닝리치호가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국내로 들여온 무연탄 5119t의 원산지 증명서는 러시아 쿠즈바스 상공회의소에서 발행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 검증 사이트에서는 해당 문서를 검색해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석탄의 모든 원산지 증명서는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에 발급·관리한다. 원산지 증명서에 적힌 고유번호와 전산등록번호를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 검증 사이트에 기입하면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다. 정 의원은 “단 뒤이어 진룽호가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들여온 4584t의 무연탄은 노보시비르스크 상공회의에서 발행한 것이며 조회 결과 진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샤이닝리치호가 들여온 무연탄 5119t은 발열량에도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의 석탄의 발열량은 1kg당 5907kcal로 러시아산 무연탄의 발열량인 6400~8000kcal/kg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산 무연탄의 발열량이 4000~7000kcal/kg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무연탄은 북한산일 가능성이 높다. 남동발전은 애초 H사와 계약하며 발열량 최소 6300kcal/kg이상을 계약조건으로 정했지만 이 역시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진룽호가 들여온 무연탄의 발열량도 6145kcal/kg이어서 러시안산 무연탄의 발열량에 못 미쳤다.

정 의원은 “우리 정부가 원산지 증명서 위조 사실을 토대로 문제의 석탄이 북한산 석탄임을 충분히 밝힐 수 있음에도 방치한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