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바논은 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하고 지중해에 접한 중동의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600만명 정도이고 이중 아랍계가 95%이다.
그러나 종교 분포로 보면 기독교 마론파를 위시한 기독교계가 40%로 레바논은 중동에서 제1의 기독교 국가이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를 포함하는 이슬람계가 50% 이상이며 그 밖에도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는 종교의 전시장과 같은 곳이다.
원래 이 나라 사람들은 고대 페니키아 시대 이후로 상인으로 유명해서 일찍부터 해외 진출이 많았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투르크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까닭에 유럽으로 진출이 많았으며, 독립 이후 내전과 잦은 분쟁으로 해외로 인구 유출이 계속 이어졌다. 현재 미국에만 200만명, 브라질에 700만명의 레바논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갑부 중의 하나인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슬로스 슬림도 례바논계 이민자이다. 레바논 사람들은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에 능통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상술이 발달하여 해외 이민자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고대 페니키아인들은 레바논 국기에 그려져 있는 삼나무(cedar)로일찍이 배를 만들어 지중해를 누비면서 장사를 하였고 그 연대는 이집트 문명에 버금간다고 한다. 베이루트 인근 비블로스(Byblos)에 가면 고대 유적지와 아름다운 지중해를 볼 수 있다. 레바논은 음식이 유명하다.
지중해 음식과 아랍 음식이 교묘하게 결합된 형태의 건강한 음식으로 중동을 대표한다. 특히 레바논 해산물 요리를 먹어 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한때 중동의 파리라고 부리던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러나 1975년 내전 이후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고 지금도 건물 곳곳에 총알과 포탄의 흔적이 발견된다.
2006년 유엔평화유지군을 늘려 배치한 이후 안정을 되찾아 해변의 클럽에선 낭만이 넘치고 대학가의 노천 카페에선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시내 군데 군데 위치한 초현대식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면 명품들이 즐비하다.
중동이지만 유럽 같은 도시가 베이루트다. 독립 이후 이 나라의 역사는 내전과 분쟁으로 얼룩져있다.
프랑스가 레바논의 국경을 정하면서 기독교계가 다수이던 좁은 지역보다 남북으로 확장된 넓은 지역을 포함하여 나라의 경계로 삼았다. 그래서 이슬람계가 다수 편입되었다. 이후 이슬람 인구가 계속 늘어나자 위기를 느낀 기독교 마론파에서 민병대를 조직하여 자신들을 수호하고자 하였다.
1970년대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들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만들어 요르단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요르단에서 쫓겨나 레바논 남부에 난민촌을 만들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기독교 민병대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사이의 갈등은 결국 1975년에 폭발하여 분쟁이 일어나고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간의 내전으로 이어졌다. 이후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내전에 참여하고 이란과 서방세계까지 관여하는 국제적 대리전의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하다가 1990년에 가서야 타이프 합의(Taif Accord)로 봉합되었다.
이 기간동안 사망자가 15만에서 23만명, 부상자는 인구의 1/4인 100만명 정도라고 하며 35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내전 이후에도 계속 불안한 정세를 유지하다가 2000년대 이후 레바논 남부의 강경한 시아파 반 이스라엘무장 저항세력인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였다.
2006년에는 심각한 무력 충돌이 발생하여 양측의 인명 피해가 컸다. 이에 유엔에서 유엔 결의안 1701을 통과시켰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여 전쟁은 종료되었다. 이를 계기로 유엔 평화유지군이 증강되었는데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동명부대를 레바논에 파병하여 평화 유지에 힘쓰고 있다.
레바논은 독립 초기부터 기독교 마론파가 대통령을 맡고,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에서 선출하고 있다. 현재 정치 상황은 예전에 비하여 안정적이나 레바논에서 공식 정파인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계속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고 있다. 사우디는 수니파를 지원하며 레바논에서의 시아파 헤즈볼라의 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또한 북부 지역은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어 또 어떠한 돌발 상태가 갑자기 벌어질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정, 신정, 독재 정치가 판을 치는 중동에서 그래도 여러 정파가 서로 연합해서 나라를 구성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레바논의 모형은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다.
레바논이 질곡의 역사를 극복하고 시리아 재건 계획에 동참하여 다시 찬란한 옛 시절의 명성을 되찾기를 희망해 본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