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안중열 있기에 강민호 안 부럽다

입력 2018-08-10 08:46 수정 2018-08-10 09:09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지난해 11월 21일을 잊을 수 없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스로의 이적을 전격 발표한 날이다. 발표된 계약조건은 4년 80억원이다. 14년 간 줄곧 롯데에 몸담고 있었고, 당연히 ‘롯데 안방=강민호’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충격적 발표였다.

강민호의 공백은 2018시즌 중반까지 롯데를 짓눌렀다. 시즌 개막전 나원탁을 시작으로 나종덕 김사훈까지 안방 자리에 앉았지만, 강민호를 대체하기는 공격력도 수비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공격력에선 선발 포수들의 공격력은 1할대에 머물렀다. 9번 타순이 상대 투수에겐 쉬어가는 자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 8일 안중열이 1군에 복귀한 뒤 안방 자리가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공격력이 돋보인다. 현재 안중열은 23경기 타율 2할9푼3리(58타수 17안타) 3홈런 9타점 OPS 0.873을 기록하고 있다.17개의 안타 중 8개가 장타다(2루타 5개, 홈런 3개). 지난 9일 광주 KIA 타이거스전은 백미였다. 4대 4 동점 상황에서 생애 첫 만루포를 뽑아냈다.


안중열의 1군 안착까진 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특별라운드 전체 15번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안중열은 데뷔 시즌 2군리그에서 77경기를 나섰다. 이듬해 고향팀 롯데로 트레이드된 안중열은 1군에서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25타수30안타), 1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제2의 강민호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러나 2016년들어 부진이 이어졌고,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급기야 오른쪽 팔꿈치까지 다치면서 2년여를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특히 4월에는 주루 도중 뇌진탕 증세를 보여 1군 복귀가 또 미뤄졌다. 그런 그가 9일 만루 홈런으로 안중열이라는 세 글자를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것이다.

강민호의 올해 성적은 97경기 출전에 타율 0.269, 홈런 19개, 86안타, 6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안중열의 타격 표본이 적긴 하지만, 타율에선 앞서고 있다. 계속 주전 포수로 출전해 임팩트 있는 활약을 이어갈 경우 제2의 강민호가 아닌 안중열로 팬들에게 자리잡을 것이다. 가을 야구를 향해 스퍼트를 하고 있는 롯데 입장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