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야기가 북상하고 있다. 한반도 쪽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을 식힐 희소식으로 여겨지지만, 한반도가 이 태풍의 위험반원에 들 수 있어 피해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9일 “야기가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20㎞ 부근 해상에서 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기는 일본에서 제출된 이름으로 염소자리를 뜻한다. 중심기압 994hPa, 최대 풍속 65㎞/h의 소형 태풍이다. 지난 8일 오후 3시쯤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했다. 전반적인 이동 방향은 북서진이다.
이 태풍은 발생 초기 단계인 만큼 이동 경로나 소멸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기상청에서 분석한 이동 경로를 보면, 한반도와 중국 대륙 사이 서해를 타고 북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2일 오후 3시 제주도 서귀포 남남서쪽 약 370㎞ 부근 해상, 14일 오후 3시 백령도 서남서쪽 약 20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관측됐다. 서해안이 야기의 직접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얘기다.
태풍은 인명·재산 피해만 없으면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히고 비를 뿌려 가문 땅을 적시는 기상현상이다. 야기가 한반도 주변에서 기압골을 움직이면 고기압과 함께 찾아온 폭염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문제는 태풍의 위치다. 태풍의 오른쪽 반원에 위치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북반구의 편서풍이 태풍의 풍향과 같아 풍속을 가중하면서다. 북미를 강타하는 허리케인도 마찬가지다. 편동풍이 부는 남반구에서 태풍·허리케인처럼 발생하는 사이클론의 경우 왼쪽 반원 지역의 피해가 크다.
태풍·허리케인의 오른쪽과 사이클론의 왼쪽을 ‘위험반원’으로, 그 반대쪽을 ‘가항반원’으로 구분한다. 위험반원에 들어간 지역은 풍속이 빨라지고 파도가 높아지며 빗줄기가 굵어진다. 기상청의 예상대로면 한반도 서해안은 야기의 위험반원에 들어간다.
기상청은 “나흘이나 닷새 뒤의 태풍 위치가 유동적일 수 있다. 앞으로 발표될 기상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