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일 대구 시민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간의 시즌 마지막 경기. 2회말 롯데 선발 투수 이정민과 삼성 타자 이승엽의 대결이다. 결과는 중월솔로홈런. 당시 아시아 최다 기록인 56호 홈런이었다. 오색축포가 터졌고, 베이스를 돌던 이승엽 또한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날의 히어로는 이승엽이 맞지만 이정민에게도 뜻깊은 날이었다. 홈런은 맞았지만 이정민은 승리투수가 됐다. 5이닝 동안 2안타 3실점했고, 6대4로 승리한 것. 그것이 그의 데뷔 첫승이자 첫 선발승이었다.
17년차 롯데맨이 이정민이 은퇴를 선언했다. 경남중-경남고-동아대를 졸업하고 2002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던 이정민(39)이 새출발한다.
이정민은 올해 5월 오른쪽 팔꿈치 내 척골신경 적출술을 받고 재활을 하다가 은퇴를 결심했다. 그의 통산 성적은 367경기에서 22승 23패 11세이브 42홀드, 평균자책점 4.37. 선발과 구원을 오갔으나 주로 불펜진에서 뛰었다. 1군과 2군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는 등 선수 시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힘든 시기도 수차례 겪었으나 17년을 롯데에서 버텼다.
이정민은 “17년 동안 롯데에서만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면서 “마음은 현역이지만, 두 번째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거치면서 내가 더 나은 면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올 시즌 말까지 구단 전력분석원 교육을 받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