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여관 방화범’ 2심도 무기징역… 法 “사형이 위로되는지 알 수 없어”

입력 2018-08-09 14:15
뉴시스

지난 1월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 불을 지른 유모(53)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유씨를 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형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문명사회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냐”며 “사형이 유족에게 위로가 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별 내용이 아닌 사안으로 여관에 불을 질러 어린아이를 포함한 여러 명의 사람을 사망하게 한 범행으로 죄질이 아주 좋지 않다”며 “과연 피고인을 어떻게 처벌해야 피해자나 돌아가신 분들, 유족들에게 다소나마 위로가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씨 범행이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인 가해행위를 한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 불을 지른 형태이고, 유씨에게 과거 유사 범행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대법원 판례에서 말하는 사형의 요건에 이르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사형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문명사회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점도 고민했다. 사형에 처하는 것이 반드시 피해자와 유족에게 완전한 위로가 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유씨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5월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도 장시간에 걸쳐 설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서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20일 서울 종로5가의 3층 규모 여관 2층에서 방화로 불이 나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뉴시스

유씨는 지난 1월20일 오전 3시8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 5가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을 죽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여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숨진 사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 온 30대 어머니와 10대 딸 2명이 포함됐다.

유씨는 지난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로 인해 가족을 잃은 상심과 고통 속에서 지내실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나 또한 아들 결혼식 날까지 받아 놓은 아버지이고,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로서 말할 수 없는 큰 죄를 졌다”면서 “많이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말 잘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청원글에 “피해자의 심정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 없어서 청원을 올리게 됐다”며 “한 남자의 비뚤어진 욕정에 7명이라는 무고한 목숨이 희생을 당했다. 이런 가해자에게 내려진 무기징역이라는 선고를 보며 어이없는 심경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7명의 사망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정중한 사과, 그리고 사형으로써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 사형이란 벌이 내려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 청원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지은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라며 항소심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유가족은 선고가 끝난 후 법정을 빠져나오며 “(방화범을)뭐하러 살려두느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