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매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의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상청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폭염도 매년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바다의 어종 변화, 어획량 감소, 양식장 집단 폐사 등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9일 밝혔다. 무더위가 바다 수온을 높이고, 온도가 올라간 바다가 다시 폭염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반도 전 해역 7월 평균 수온을 보면 2010년부터 매년 0.34도씩 오르고 있다. 수온을 처음으로 관측한 1997년 이후 7월 평균 수온 상승 경향인 연 0.14도와 비교했을 때 2.4배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서해의 7월 수온 상승이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서해의 7월 월평균 수온은 매년 0.54도씩 오르고 있다. 남해는 0.3도씩, 동해는 0.21도씩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8월의 경우 서해는 매년 0.45도, 남해는 0.36도, 동해는 0.37도씩 수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수온이 급격히 오른 가장 큰 이유로 장기간 지속된 폭염을 꼽았다.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오르고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수온도 함께 상승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직접적인 태풍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적게 미치면서 해수면 아래의 찬 바닷물과 표면층의 따뜻한 바닷물이 섞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외부의 상황도 수온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따뜻한 해류인 쿠로시오와 대마 난류 세력이 강화되고, 중국 등 주변국의 산업화로 인한 기후 변화도 수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의 수온만 오르는 게 아니다. 한반도 등수온선 자체가 상승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극궤도 위성을 통해 2016년부터 올해까지 7월 평균 수온을 분석한 결과, 2016년 7월 평균 25도 등수온선은 충남 태안과 울산 인근 해역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인천 백령도와 강원 속초, 올해는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인근 해역까지 북상했다.
등수온선은 바다 표면층의 수온이 같은 지점을 연결한 가상의 선이다. 등수온선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바다의 온도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해수온 상승은 지구온난화 현상의 일면으로 보인다”며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안가 침식이 우려된다. 연안 도시를 계획할 때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