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야기가 북상하고 있다. 일본 주변에서 튕겨나갔던 앞선 태풍들과 다르게 한반도 쪽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9일 “야기가 오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970㎞ 부근 해상에서 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기는 일본에서 제출된 이름으로 염소자리를 뜻한다. 중심기압 994hPa, 최대 풍속 65㎞/h의 소형 태풍이다. 지난 8일 오후 3시쯤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했다.
이 태풍은 발생 초기 단계인 만큼 이동 경로나 소멸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기상청이 예상한 이동 경로를 보면, 오는 10일 방향을 북서쪽으로 틀어 일본과 대만 사이를 관통하고 중국 상하이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오는 13일 오전 3시 제주도 서귀포 남남서쪽 약 390㎞ 부근 해상까지 다가올 수 있다. 한반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 경로가 바뀌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발생한 태풍 중 한반도행을 가장 먼저 예약했던 제7호 쁘라삐룬은 지난 6월 29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출발해 대한해협을 아슬아슬하게 관통하고 지난달 4일 동해에서 사라졌다. 제주도와 영남권에 하루씩 비를 뿌렸지만 그 이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제10호 태풍 암필은 지난달 18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 북동진 중 방향을 살짝 틀어 한반도 쪽으로 다가오는 듯 했지만 결국 중국 서부로 들어가 같은 달 24일 내륙에서 소멸됐다.
후속주자로 달려오던 제12호 태풍 종다리는 지난달 25일 괌 북서쪽 1110㎞ 해상에서 발생해 태평양의 습기를 먹고 북진했지만 한반도 진입 목전에서 힘을 잃고 일본에서 유턴해 남쪽으로 내려갔다. 같은 달 29일 일본 서남쪽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지 못한 이유는 한두 가지 요소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올해의 경우 한반도에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이 태풍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태풍은 인명·재산 피해만 없으면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히고 비를 뿌려 가문 땅을 적시는 기상현상이다. 야기가 한반도 주변 진입에 성공하면 폭염을 식힐 반가운 ‘손님’이 될 수도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