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히는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들이 도로 확장 공사로 무참하게 잘려나가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과 농수산물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도로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 등은 숲 파괴를 규탄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동부 지역 교통량 해소를 위해 지난 2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 비자림로를 지나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 구간 도로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이 공사로 하루 100여그루의 삼나무가 베어지고 있고 앞으로 6개월간 이어지는 벌목공사로 이 구간에서 총 2400여그루의 삼나무가 사라질 예정이다.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는 비자림로 중 대천동사거리~금백조로 입구 2.94km 구간을 왕복 2차선에서 4차로(폭 21m)로 확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총 207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며, 공사기간은 2021년 6월까지 3년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아름다운 가로수 숲길을 대안도 고려하지 않은 채 훼손하고 있다”며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삼나무 숲길 보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 사업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동부지역에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고수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뽑히기도 한 비자림로(1112도로)는 5·16도로 교차로에서부터 대천동 사거리를 지나 평대리 평대초등학교 입구까지 27㎞의 구간이다. 벌목공사가 진행 중인 대천동사거리~금백조로 입구 구간은 5·16교차로~절물휴양림 부근 삼거리(1.68㎞) 구간과 함께 비자림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삼나무 가로수 숲길로 꼽힌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