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피아노, 중국 국유기업에 넘어가나

입력 2018-08-08 20:38
고급 피아노의 대명사인 스타인웨이 앤드 선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사랑하는 명품 피아노로 유명한 미국 악기 제조사 스타인웨이 앤드 선즈(이하 스타인웨이)가 중국 국유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중국 국유기업인 폴리 그룹이 스타인웨이 소유권을 가진 헤지펀드 폴슨 앤드 컴퍼니에 10억 달러(약 1조 12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며, 폴슨 앤드 컴퍼니를 운영하는 존 폴슨이 폴리 그룹의 제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폴슨은 지난 2013년 당시 한국의 삼익악기와 인수 경쟁 끝에 5억1200만 달러에 스타인웨이를 인수한 바 있다. 폴슨은 기업 경영진과의 협상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후 수년에 걸쳐 경영을 정상화시켜 지분을 높은 가격에 되파는 투자 스타일로 유명하다.

스타인웨이는 지난 1853년 독일 이민자 헨리 스타인웨이가 뉴욕에서 창업한 악기 제조사에서 시작됐다. 아들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스타인웨이는 고급 피아노의 대명사로 통하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여러 차례 매각 과정을 거치며 스타인웨이의 후손들이 가지고 있던 경영권은 모두 넘어갔지만 최고 악기 제조사로서의 명성은 유지했다. 지금은 피아노는 물론 트럼펫, 색소폰, 프렌치 혼, 클라리넷 및 트롬본 등도 만드는 종합 악기회사다.

스타인웨이는 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인구가 줄면서 판매량이 줄고 2008년 금융위기로 경영난을 겪다 2013년 폴슨에게 매각됐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연간 30~40%에 달하는 중국에서의 성장률 덕분에 완전히 부활했다. 피아노를 배우는 인구가 3000만명에 이르는 중국은 세계 최대 피아노 시장으로 스타인웨이는 지난 3월 상하이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열기도 했다.

스타인웨이 인수에 나선 폴리 그룹은 1992년 군수기업에서 출발해 지금은 부동산, 석탄, 영화관, 공연, 예술품 경매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홍콩에 있는 자회사 폴리컬처그룹은 중국의 소더비그룹으로 불리며 전세계에 중국 미술 열풍을 이끌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