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수험생 차별’ 점수 조작에 여의사들은 왜 “이해한다”고 했을까

입력 2018-08-08 17:39 수정 2018-08-08 17:40
로이터


여자 수험생들에게만 일률적으로 입시 점수를 깎아 고의로 탈락시켜 파문을 일으킨 일본 도쿄 의대 측이 공식 사과했다. 이들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5년이나 빠른 2006년부터 이 같은 점수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 의대 시험은 1차 학과(수학·영어 등) 필기시험과 2차 논술·면접으로 나눠 치러진다. 8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 2월 1차 시험에서 모든 지원자들 점수를 일괄 감점한 뒤, 2차 시험에서 고3과 재수 남자 수험생에게는 20점, 3수 남자 수험생에게는 10점의 가점을 부여하는 식으로 시험 점수를 조작했다. 여자 수험생과 4수 이상 남자 수험생에게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동안 비밀리에 행해지던 점수 조작으로 2010년 38%에 달했던 여성 합격자 비율은 올해 17%로 급락했다. 대학 측은 여성 합격자 수 제한과 관련해 “여성은 의대 졸업 후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의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변명했지만 조사위는 “여성 차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여성 차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현직 여성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여성 의사들을 대상으로 웹진을 발행하는 회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여성 차별 감점을 이해할 수 있다’(이해 18.4%, 어느 정도 이해 46.6%)는 답변이 65%에 달했다. 점수 조작이 부당한 건 알지만 의료계 현실을 고려할 때 여자 수험생의 합격률을 낮추는 의도가 이해된다는 다소 의아한 반응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설문조사를 담당한 회사에 따르면 여성 의사들은 이번 조사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 이후 여성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현실’을 내세웠다. ‘남성 의사가 당직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출산에 따른 공석을 채우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휴일과 밤늦게까지 일하다 유산한 경험도 있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도쿄 의대의 점수 조작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일종의 ‘필요악’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NHK는 이에 대해 “대학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근무환경이 어려운 의료계 현실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는 여성 의사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회사 관계자는 “여성 의사가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의료 현장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