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워터파크의 수질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객의 분비물이 소독약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결합잔류염소 수치는 WHO기준의 세 배가 넘는 곳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 8일 발표한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 웅진플레이도시, 롯데워터파크의 수질 안전실태 조사 결과에서 네 곳의 수영장 물은 국내 수질 유지기준에는 부합했으나 WHO 등에서 규정한 결합잔류염소 유지기준(0.2㎎/ℓ 이하)에 부적합했다.
결합잔류염소는 워터파크 등에서 물을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염소가 땀이나 오줌같은 암모니아성 질소 등과 만날 때 생기는 물질이다. 사람이 결합잔류염소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이나 피부에 통증이 생기거나 호흡기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결합잔류염소 수치가 가장 높았던 곳은 롯데워터파크 실내유수풀(0.64㎎/ℓ)이었다. 이어 캐리비안베이 실내 유아풀(0.56㎎/ℓ)과 웅진플레이도시 실내유아풀 및 실내유수풀(0.39㎎/ℓ) 등도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미국이나 영국, WHO 등에서는 수질검사 항목에 결합잔류염소가 포함돼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한국도 검사항목을 추가해 워터파크 수질관리 기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관광진흥법은 수질 관리 책임을 워터파크 사업자가 시행하게 하는 반면 먹는물관리법에서는 시·군·구청장이 수질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규마다 관리책임자를 다르게 규정한 것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닥분수 등 물놀이형 수경시설은 운영 시 15일마다 검사하도록 돼있으나 매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워터파크는 1년 또는 1분기에 한번씩만 검사하게 돼 있다”며 “검사주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