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충남 논산시 은진면 은진초등학교 입구.
어찌보면 새로울 것 없는 이 사진은 세상의 변화를 말해준다. 조선시대 은진군(현) 읍지였던 이곳은 근대가 시작되면서 면단위가 됐다. 1914년 일제는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조선의 읍치행정에 타격을 줄 의향으로 자신들의 통치 편의에 따라 구획 변경을 했다.
이에따라 은진군은 역사 속에 사라진다. 그 군의 군청인 은진관아 역시 도시계획이라는 이름 하에 헐렸다. 관아 객사와 동헌은 각기 황국신민교육을 위한 소학교(초등학교), 무단통치를 위한 주재소가 됐다.
따라서 지금의 은진초교는 이러한 맥락 속에 이어온 학교다. 이러한 전근대와 근대 속에서 옛고을 은진읍내는 적어도 1960~70년대까지 5일장이 열리는 등 호황을 이뤘을 것이다. 하지만 이농현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도로가 발달되면서 이젠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슈퍼’란 88서울올림릭 전후의 가게 트랜드였다. 이것 또한 향수를 자아내는 용어가 되어 간다. 이 자그마한 동네 슈퍼 옆에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섰으니 슈퍼 주인이 편의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았을 터이다. 가게는 비었고 ‘임대’ 알림문이 붙어 있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발길을 더디게 만들었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