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하부리그만 전전하던 무명 감독이 어느덧 한국 프로축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에서 경남FC를 단독 2위로 이끈 김종부 감독 이야기다.
경남은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강등 후보 1순위’의 약체로 평가됐다. K리그1 승격 첫해 모두의 예상을 보란듯 뒤엎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가운데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김 감독의 리더십과 혜안이 주목 받고 있다.
경남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쿠니모토 다카히로의 결승골을 앞세워 리그 최강 전북 현대를 1대 0으로 격파했다. 5연승을 달리던 전북과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던 경남의 대결은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경남의 손을 들어줬다. 경남이 원정 경기에서 전북을 잡을 때까지 무려 4005일의 시간이 흘렀다.
경남의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모든 선수가 빛났다. 경남이 자랑하는 두 브라질 용병 길레르미 네게바와 말컹만이 아니라 골키퍼 이범수와 중원의 최영준은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 시즌 경남의 돌풍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경남은 괄목할 만한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지 않은 팀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단 한 명의 국가대표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선수 대부분의 경력은 하부 리그에서만 쌓였다.
선수단 면면을 살펴보면 공격수 김효기는 지난 시즌까지 K리그 FC안양에서 뛰었고, 조영철은 지난 시즌 울산 현대에서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 역시 비슷하다. 최영준은 지난 시즌 동안 2부리그에서만 뛰었으며, 이광진 역시 2부 리그 수원FC에서 뛰다 경남에 합류했다.
수비수 유지훈은 얼마 전까지 2부 리그 7위 팀 서울 이랜드에서 뛰었고, 프로데뷔 4년 차인 수비수 박지수는 올 시즌 처음으로 1부 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5년차 우주성은 4년 만에 1부 리그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북 전에서 눈부신 선방쇼로 승리를 이끈 골키퍼 이범수는 지난 시즌까지 단 한 차례도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무명 중의 무명이다. 그야말로 ‘언더독의 반란’인 셈이다.
김 감독의 지도력은 그래서 돋보인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2014년 화성FC를 이끌고 3부 리그인 K3 챌린저스 우승 이외에 지도자로서의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18경기 무패 행진 등 기존의 16경기를 넘어 K리그 챌린지 한시즌 최대 무패 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3년 만의 1부 리그 승격이라는 선물까지 구단에 안겼다.
김 감독은 팀의 핵심인 말컹의 신체조건(196㎝)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있다. 중원에서의 지속적인 압박과 활동량을 주문하며 빌드업 과정을 통해 긴 패스로 말컹의 머리를 향하는 것이 경남의 주요 공격루트다. 말컹이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주면 다른 공격자원들이 마무리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조직적인 수비와 전방위 고강도 압박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전북이 승점 11점 차로 달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승 경쟁이라는 말은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하지만 2016년 무너져가는 팀을 이어 받고 현재의 상황까지 이끌어온 김 감독의 지도력은 분명 충분히 박수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다. 김 감독은 지난 선수생활의 불운을 뒤로 하고 한국 축구의 새로운 명장으로 향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