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흉기 들고 싸우다 생사 갈린 ‘30년 친구’

입력 2018-08-07 09:2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 문제로 다투다 30년 지기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한 도로변에서 돈 문제로 몸싸움을 벌이다 친구 B씨(45)의 가슴과 배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씨(45)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강남에서 줄곧 살아온 둘은 중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낸 30년 지기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사건 당일에도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차까지 마셨다. A씨는 B씨를 차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줬고, 그 때 꺼낸 돈 얘기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A씨는 돈을 갚으라며 차 안에 준비해뒀던 흉기를 꺼내 들었고, B씨가 A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벌인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B씨는 ‘윽’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흉기가 그의 가슴과 배를 수차례 찌른 상태였다. A씨는 의식을 잃어가는 B씨를 차에 태우고 급히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B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고, 결국 오후 10시30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출동한 경찰과 함께 병원에서 기다리다 친구의 사망 판정을 듣고는 경찰이 겨우 진정시킬 수 있을 만큼 매우 흥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병원에서 긴급체포 한 후 기초 조사를 거쳐 6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투자할 만한 사업이 있어 2014년쯤 B씨에게 수억원을 빌려줘 함께 투자했다. 흉기로 겁을 줘 돈을 받아내려고 했을 뿐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의 유족은 “돈을 다 갚은 것으로 안다”고 다르게 주장했다. 둘은 오랜 친구 사이로 돈을 빌려주며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도로 찔렀는지를 확인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B씨의 상처 모양 등을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에는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해 의도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면 상해치사 혐의로 바뀔 수 있다”며 “현장수사 등 보완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