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93세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비봉합 최소칩습 수술로 치료

입력 2018-08-06 18:58

[사진]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임영순(가명) 씨가 판막치환수술 후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 임씨, 주치의인 심장내과 정지현 과장, 이수연 과장. 세종병원 제공

90대 초고령 노인도 심장수술을 받고 삶의 질을 한껏 높일 수 있게 됐다. 나이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심장 수술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국내 세종병원 의료진이 실증했다.

혜원의료재단(이사장 박진식) 세종병원은 최근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이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숨이 차고 가슴이 아파서 일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임영순(가명·93·여) 씨의 판막을 비봉합 최소침습 수술로 바꿔주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90대 초고령 노인이 국내에서 대동맥판막치환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 씨는 고령의 나이와 고혈압으로 인한 퇴행성 변화로 대동맥 판막이 완전히 굳어 있는 상태였으며, 폐 부종과 함께 폐에 물이 차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다른 병원에서 몇 차례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낫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기만 했다.

임 씨의 보호자인 큰아들 이유석(가명·73) 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국내 유일 심장질환 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을 선택, 임씨의 치료를 맡겼다.

임 씨의 진단명은 심한 대동맥판막협착증. 워낙 고령이라 수술이 부담스러웠으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정이 내려졌다. 또 수술은 심장수술 경험이 풍부한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이 맡기로 했다.

대신 임씨가 90대 초고령 노인인데다 골다공증이 심한 점을 고려 수술 시 출혈이 적고, 염증 발생 위험을 최소화해 회복 속도가 빠른 비봉합 최소침습 절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유 과장은 환자가 고령의 나이라 심장이나 다른 근육 조직이 약한 상태인지라 가슴뼈를 열지 않고, 오른쪽 갈비뼈 사이 근육만을 조금 절개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 출혈량과 수술 상처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임씨는 지난 2일 퇴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합병증 없이 건강을 빠르게 회복했다.

유 과장은 “심장 질환을 제외하고는 환자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기에 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고, 실제로 수술과 재활치료를 잘 견뎌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며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은 절개 부위를 봉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술 상처가 적어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임 씨는 수술 후 “그동안 숨이 차고, 가슴이 아파 일상생활이 어려웠는데, 건강생명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라며, “세종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드리고 고령의 나이에도 이렇게 수술을 받아 여생을 건강하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세종병원은 앞서 91세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관상동맥우회수술을, 91세 급성 대동맥박리 증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혈관치환수술을 각각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건강100세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70세 이상 고령의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3차원 입체 흉강경을 이용한 완전 내시경적 승모판막치환수술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