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서울대공원에 들어와 건강히 지내던 아시아코끼리 ‘가자바’(수컷·2004년생)가 지난 5일 갑자기 숨을 거뒀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가자바는 평소 매우 건강하고, 이상이 없었다. 다만 지난 6월 20일부터 발정기가 시작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발정기에 이른 수컷 코끼리는 식욕저하와 잦은 배뇨, 자기과시를 위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때 자신의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부상을 당하거나 주변 동물을 공격해 부상을 입힐 수도 있어 사육사의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다른 때보다 더 예민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먹이 등의 보상을 통해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긍정강화 훈련을 비롯해 수영장, 물샤워 등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사육사들의 특별 관리를 받아왔다. 가자바는 다른 코끼리 방사장의 바로 옆 방사장에서 다른 암컷과 새끼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따로 분리돼 있었다. 대신 울타리 너머로 암컷들과 상당시간 교감을 나누며 지내왔다.
지난 2일부터 더욱 예민한 모습을 보이던 가자바는 이틀 후부터 긍정강화 훈련도 거부하고 내실에도 들어가지 않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암컷 코끼리들(수겔라·키마)과 새끼 코끼리(희망)와 교감을 하던 가자바는 오후 4시55분쯤 다리 경련과 함께 극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주저앉았다. 진료팀이 즉시 투입돼 약물주사를 놓는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7시쯤 가자바는 결국 숨을 거뒀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측은 당일 부검을 실시했으나 육안상의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대공원 관계자 측은 발정기에 의한 스트레스와 폭염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가자바의 심장과 폐, 간 등 주요 장기의 조직 등을 채취해 검사 중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