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여성 머리채 잡은 경찰 수사 진행… “젠더 감수성 교육할 것”

입력 2018-08-06 14:30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경찰이 술 취한 여성을 깨우려다가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논란이 된 경찰관에 대해 자체 수사를 의뢰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경찰관을 폭행 혐의로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술 취한 여성과 신체 접촉을 줄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직원의 현장 조치가 명백히 잘못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경찰은 해당 사실이 확인되자 사건 당사자 경찰을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다.

지난 3일 새벽 5시30분쯤 서울강남경찰서 기동순찰대 소속 A 경위는 강남구 한 클럽 인근에 성추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시민 요청으로 신고와 무관한 만취 여성을 깨우게 됐다. 이 과정에서 A 경위가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모습이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에 퍼져나가면서 파문이 일었다. A 경위는 신체 접촉을 우려해 머리채를 잡았을 뿐 부정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관의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다”며 “술에 취한 여성을 깨우려고 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나름대로는 신체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지만, 머리카락 역시 신체 일부”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는 것은 주위에서 지켜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새로 취임한 경찰청장이 여성 범죄 피해에 대해서 발표를 한 바로 그날 저런 행동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물려서 상당히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에 있다면 여경들을 대동해서 같이 나가는 방법도 있다. 여경 같은 경우에는 같은 여성 입장이니까 손을 잡고 흔드는 게 가능하다. 혹은 시민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경찰청에서도 이런 경우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업 변호사도 YTN에 “여성이 만취해 있을 때 어깨를 잡아서 흔든다든지 옷을 잡는 등 매뉴얼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생각이 짧아 신체에 접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머리를 만진 건데 그건 오히려 폭력적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경찰에서도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 매뉴얼에 따라 교육을 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 (사진=뉴시스)

이 청장은 “현장대응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현장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매뉴얼은 있을 수 없다”며 “현장대응 조치가 미흡했다고 생각하고 여성들이 범죄에 대해서 느끼는 공포감을 헤아려서 조치했다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젠더 감수성 교육 등을 통해 앞으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