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데 없는 BMW 차주들, 주차장 이용도 불편

입력 2018-08-06 10:55

BMW 차량이 리콜 발표 이후에도 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주차장에서는 BMW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애꿎은 BMW 차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 주차장에서 ‘찬밥 신세’…오갈데 없는 BMW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지 못하자 BMW 차주들은 갈 곳을 잃었다.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자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주차장에서는 BMW 520d 모델을 비롯한 BMW 차량 자체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 따로 ‘BMW 주차 금지’ ‘BMW520d 지하주차장 주차 금지’ 등을 써 붙이며 BMW 차량을 막고 있다. BMW 차주 A씨는 “어딜 가도 주차할 데가 없어 상당히 불편하다”며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안내문에서도 BMW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아파트의 안내문에는 “최근 BMW 화재 뉴스로 BMW 소유주님들의 마음고생이 심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반복되는 뉴스를 접한 입주민들께서 차량 밀집 주차된 지하주차장에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어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BMW 승용차 주차는 지상주차장을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에 BMW 차주 B씨는 “이해는 하지만 지상주차장에 차를 둘 경우 폭염으로 인해 더 큰 화제가 발생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원인 규명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지난 3일 정부는 BMW 화재사고와 관련해 “차량을 소유하신 국민께서는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 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BMW가 지난 26일 리콜 결정을 내린 뒤에도 동일한 차량 화재가 잇따르자 리콜 대상 차량의 운행자제를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에도 사고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남 목포의 한 대형마트 인근 도로에서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 불이 났다. 게다가 이 차량은 안전진단을 이미 받은 차량인 것으로 밝혀져 후속 대책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사고 차량은 불과 사흘 전 받은 안전 진단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화재의 원인이 BMW가 밝힌 배기가스 순환 장치, 즉 EGR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고에 대해 BMW는 “서비스센터 직원이 EGR 냉각기 안에 쌓인 침전물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의 실수 탓으로 돌렸다. BMW 차주 C씨는 “안전 진단받고도 불난다는 건 이 차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일단 하라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BMW는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 신차로 교환한다는 추가 대책 발표안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작업자의 실수인지, 또 다른 결함 문제인지 여러모로 원인을 분석하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원인이 해결될 때까지 ‘운행 자제’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운행자제 권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GR 밸브가 불량이면 그 밸브가 공동으로 쓰인 한국차들도 EGR 밸브 불량으로 터져 나와야 한다는 얘기”라며 “EGR 밸브를 가지고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 활용을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거지 제품의 불량만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운행자제 권고는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