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경비원에게 ‘전보조치’ 운운한 비정한 구의원은 누구?

입력 2018-08-06 07:07 수정 2018-08-06 07:10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같은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재직 중이던 20대 경비원이 근무 중 단지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한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입주민 대표인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현직 구의원이 “부자가 한 조로 근무할 수 있냐”며 경비업체에 아버지의 전보조치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일 일고 있다.

민주당과 입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6시30분쯤 부산 동구 범일동 D아파트에서 주행 중이던 SM5차량이 경비실로 돌진해 근무 중이던 경비원 김모(26)씨가 숨졌다. 김씨는 같은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경비원으로 일해 왔으며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사고 직후 이 아파트 입주민 대표이자 현직 구의원은 경비업체에 직접 연락해 “아버지와 아들이 왜 한 조에서 근무하냐”며 고인의 아버지를 다른 사업장으로 즉각 전보 조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열고 막말한 구의원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의원은 입주자 대표회장직을 내려놨다. 이후에도 주민 내부에선 징계 청원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주민들은 징계청원서를 제기했다. 청원서에는 발언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징계청원은 특정 사건 피해자나 당 지역위원회, 당원이 당원의 비위 사실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제도다. 징계청원이 접수되면 당 차원의 윤리위원회가 개최된다. 민주당 부산광역시당 윤리심판원은 해당 구의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제명 결정을 내렸다.

윤리심판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인의 아버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함으로써 유족은 물론 입주민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야기했다”면서 “책임 있는 공당 소속의 지방의원이 이같이 참담한 일에 연루된 데 대해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시민들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제명은 최고 수위의 징계로 부산시당 상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온라인 곳곳에선 제명된 의원의 실명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의원은 전근향 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해당 발언 사실을 인정했지만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경비용역업체에서 전화가 왔길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 전보조치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을 뿐”이라며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 김씨를 친 차량 운전자 구모(46.여)씨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기했고 성금 모금 활동도 펼쳐 지난달 24일 아버지 김씨에게 1200만원을 전달했다. 입주민들은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던 경비원의 죽음을 다 같이 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대표이자 동네를 대표하는 구의원의 개념 없는 발언으로 추모 의미가 퇴색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