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하자”…치열한 5위 싸움 누가 웃을까

입력 2018-08-05 13:57 수정 2018-08-05 14:51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을야구의 ‘마지막 차’를 타기 위한 5위 싸움이 치열하다. 과연 어떤 팀이 웃을 수 있을까

◆ ‘소방수가 필요해’…넥센의 불펜 불안

넥센의 가을야구 열차는 불펜에 달려있다. 넥센은 전반기를 5위로 마쳤지만 후반기 들어 투타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간신히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10경기 성적도 4승 6패로 좋지 않다. 특히 불펜 투수들이 잇달아 불을 지르며 이기던 경기를 역전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이 6.54로 하위권인 9위에 이른다. 특히 필승조가 체력이 떨어졌다. 오주원과 김상수는 각각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7.11과 12.46을 기록했다. 이보근도 7월 한 달간 평균 자책점이 8.00으로 치솟았다.


김상수는 원래 여름에 약한 선수였다. 지난 시즌에도 7월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4.05로 준수했지만 세부 성적은 불안했다. 9이닝 당 볼넷이 6.75개, 9이닝 당 홈런은 2.7개에 달했다. 확실한 소방수의 모습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여름은 기록적임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김상수의 체력관리가 넥센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상수는 지난 7월 9이닝 당 홈런이 4.70개까지 치솟으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조상우가 팀을 이탈했고 가용할 수 있는 불펜 자원은 한정적인 상황이다. 기존 투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전반기에 ‘깜짝 필승조’로 성장한 양현은 지친 모습을 보이며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던 김동준 역시 양현과 함께 내려갔다. 과부하가 걸린 불펜 상황에서 장정석 감독의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 후반기 상승세…사자 군단의 자신감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 13승 7패로 승률 1위를 기록했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삼성이 5위 싸움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반기에는 8위를 왔다 갔다 하며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현재는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후반기만큼은 ‘잘되는 팀’인 것이다. 잘되는 팀에는 이유가 있다. 투타 밸런스가 안정세로 접어들며 안정적인 승리가 많아지고 있다.


후반기 삼성의 공격은 무섭다. 타율 4위(0.293), 출루율 4위(0.361), 장타율 6위(0.443), OPS 6위(0.804)를 기록 중이다. 득점도 4위(81점)다. 장타력이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구자욱, 다린 러프, 이원석 등 누구라도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들을 가지고 있다. 좋은 공격력과 함께 투수진의 모습도 안정적이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이 3.25로 리그 1위다. 외국인 투수 아델만과 보니야가 호투 중이며, 윤성환-백정현-양창섭의 선발진도 ‘불안함’과는거리가 멀다. 불펜도 ‘필승조’ 최충연-심창민에 장필준이 컨디션을 찾고 있고 박근홍, 권오준 등 베테랑들도 중요할 때 몫을 해주고 있다.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는 강팀의 전제조건이다. 투수진이 부진해도 타선이 터지면 이길 수 있고, 반대로 타선이 침묵해도 투수진이 점수를 안 준다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둘 다 잘되는 날은 금상첨화다. 삼성이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 끌고 나갈 수 있을지가 가을 야구행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무너진 선발진…기아의 깊어지는 고민

지난해 우승팀의 모습이 아니다. 최대 강점이었던 선발 야구가 무너지면서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다. 부상이나 부진 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준 선발투수는 양현종뿐이다. 양현종도 지난달 3일 한화전 승리 이후 한 달째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다 힘겹게 10승을 기록했다. 헥터는 8승 7패 평균자책점 4.64로 성적이 하락했고 부상까지 겹쳐 2군행도 경험했다. 헥터는 8일 복귀예정이다. 팻딘은 4승 6패로 부진하자 불펜으로 강등당하기도 했고 4·5선발이었던 임기영과 한승혁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팀 타율은 좋다. 0.292로 팀 타율 3위지만 투수진이 무너진 탓에 펀치력이 반감되고 있다. 매주 1~2명씩 바뀌는 1군 엔트리에 따라 타순의 변화가 생겼고 타선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기아팬들이 꼽는 하락세의 이유는 김기태 감독의 ‘선수 운용’이다. 김기태 감독의 변칙적인 용병술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는 선수들의 잦은 보직변경, 데이터보다는 즉흥적인 야구, 믿는 선수만 신뢰하는 ‘믿음 야구’, ‘투수 혹사’ 등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기아는 최근 10경기 성적은 4승 6패로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오늘을 포함해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11경기 남았다. 선발투수들의 등판 일정이 모두 정해졌다. 헥터가 돌아오고 팻딘이 휴식기까지는 선발투수로 나선다. 승혁이를 불펜으로 다시 부를 생각도 했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조정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헥터와 팻딘의 어깨에 기아의 반전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 Again 2017?…롯데의 막판 스퍼트

롯데는 지난해 전반기 7위에서 후반기 ‘대역전극’으로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2018 시즌에도 롯데는 반등할 수 있을까. 공격력 자체는 좋다. KBO리그에서 인정받는 타자들이 많은 롯데다. 이대호를 포함해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 채태인, 이병규 등 언제든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있다. 또한 신본기, 번즈 등의 타율도 3할에 육박한다. 롯데는 번즈(0.299)를 포함하면 3할 타자만 6명이다. 팀 타율은 0.288로 10개 구단 중 4위를 기록하고 있고 팀 홈런도 3위(137개)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롯데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레일리, 듀브론트 외인 듀오만 7승과 6승씩을 거두고 있을 뿐 10승 투수가 단 한명도 없다. 레일리와 듀브론트도 평균자책점 4.89, 4.17로 불안정하다. 김원중은 시즌 내내 큰 기복을 보이며 평균자책점 7.18, 4승 6패를 기록 중이고 박세웅은 부상에서 돌아와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을 못찾고 있다. 송승준과 노경은이 투혼을 발휘하고 있으나 역부족해 보인다.

불펜의 상황도 좋지 않다. 필승조로 활약했던 진명호, 오현택은 시즌 중반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며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승락도 1승 4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4.58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팬들은 조원우 감독의 ‘투수 운용’에 불만을 품고 있다. 잦은 투수교체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필승조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려 역전패 당하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원우 감독의 ‘좌우놀이(좌타자는 좌투수를 상대로 약하다는 인식에 따라, 상대 타자가 좌타자일 때 좌투수를 기용하는 것)’는 롯데팬들의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의 대역전극은 후반기 투수 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5위 싸움 아닌 4위 싸움?…LG가 내려가고 있다


5위 싸움이 아닌 4위 싸움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LG 트윈스가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최근 10경기 2승 8패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내용도 좋지 않다. 일부 팬들은 무더위 속 유광점퍼를 입는 ‘폭염시위’까지 벌였으나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올 시즌 두산전에서는 11전 11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LG의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5위 싸움뿐만 아니라 4위 싸움까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 넥센, 삼성, 기아, 롯데 5팀 중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은 어떤 팀이 될까. 팬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