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꼭 있어야 하나” 질문에 정현백 장관의 대답

입력 2018-08-05 13:56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대결로 가는 방식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3일 공개된 BBC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성차별은 남성과 함께 가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말걸기를 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일명 ‘혜화역 시위’로 불리는 대규모 규탄시위는 4일엔 광화문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7만명의 여성들이 모여 ‘내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당국의 엄정 대처를 촉구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제3차 규탄시위에 참가한 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는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등장했던 탓이다. 이 구호는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남성들을 향해 ‘투신해 죽으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후 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 장관은 ‘혜화역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혜화역 시위 이후 등장한 비판은 워마드나 메갈리아에 대한 비판이다. 시위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가 그런 말을 했을 수는 있지만 전체 목소리는 아니다”면서 “혜화역 시위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말하러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여성운동의 이상적 방향으로 ‘성주류화’를 제시했다. 그는 “성주류화는 우리의 모든 정책에 성평등 기조가 함께 녹아들어가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과 불안을 얘기하는 단계를 넘어 성평등이 우리 국정의 핵심적인 과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꼭 있어야 하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없으면 성평등이 국정의 핵심가치로 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아동 문제나 성폭력 문제를 다룰 때 성평등 관점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문제해결을 하기 어렵다”면서 “미국의 경우에도 빈곤 정책을 아무리 펼쳐도 효과가 없어서 성별 분석을 통해 정책을 폈더니 빈곤이 빠른 속도로 극복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