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입력 2018-08-05 12:52
한국기독교여성교육원장 홍관옥 목사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교육원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기독교 여성 리더를 세우는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여성은 왜 이 땅에 존재할까요. 여성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분명히 알고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은 여성을 통해 그의 진리를 보여주십니다.”

한국기독교여성교육원장 홍관옥(78) 목사는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교육원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최근 홍 목사는 26년의 여성 사역을 바탕으로 한 책 ‘기독교와 여성'을 발간했다. 이 책은 현시대 여성에게 어떻게 성경적으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기의 생애를 조명하면서 기독교와 여성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홍 목사는 교육원 사역 초기였던 1990년대 중반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내에 대해 잘 모르겠는데 혹시 여성에 대한 책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홍 목사는 “아직은 없는데 곧 쓰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홍 목사는 “얼굴도 모르는 한 남성의 전화를 받은 뒤 여성에 대한 책을 쓰려고 했는데 바쁜 사역 탓에 지금에서야 집필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30년 가까이 여성 사역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여성을 세우라는 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그는 하나님께 “제가 왜 박사학위를 받았나요?”라고 질문했다. 하나님은 가정을 세워야 하고, 가정을 세우려면 엄마를 세워야 하다는 응답을 주셨다.

홍 목사는 많은 문제와 상처를 안고 교육원에 온 여성들을 위로하면서 그들을 하나님의 거룩한 용사로 세우는 일에 매진했다. 먼저 영적 훈련을 시키고 ‘거룩한 가정 세우기' ‘중보기도’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과정을 거쳐 자신이 ‘왕(하나님)의 딸'이라는 정체성을 갖도록 한다. 상처 치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비전을 갖고 가정과 공동체, 나라에서 지도자로 쓰임을 받도록 한다.

지금까지 교육원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은 600여명. 리더를 세우는 과정이다 보니 소수 정예로 이뤄졌다. 30여명의 고정 스태프들은 20년 가까이 된 멤버들로 가족이나 다름없는 동역자다.

“지도력은 남들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에티켓이 있는 리더지요. 기독교 여성이 먼저 이 땅에서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삶 속에서 남을 배려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역을 통해 상처를 회복하고 목회자 등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진 여성들이 무수히 많다. 60대 후반의 한 목회자 사모가 25년 전 교육원에 처음 왔을 땐 신장염 등으로 고생하며 영육이 망가진 상태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남편의 잘나가던 사업마저 갑자기 망해 빈털터리가 됐다. 그러나 교육원에서 훈련을 받은 뒤 자존감을 회복했고 치유 등의 은사를 받아 교회를 개척했다. 지금은 목회자 사모로서 연약한 이들을 섬기고 있다.

홍 원장은 “여성을 격려하면 무한한 능력이 나오게 돼 있다”며 “이혼과 저출산 등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이 많은 데 미혼모를 격려하고 여성들이 출산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가정 사역 캠페인에 앞으로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