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으로 에어콘과 선풍기에 의존하고 얼음이 든 차가운 음료나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 요즘, 냉증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하고 있는 이들은 에어콘 바람에 쉽게 노출되는 요즘이 더 견디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냉증이란 신체 특정 부위에 심한 냉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손과 발, 하복부에 많이 나타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게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자율신경실조증, 산후풍이나 갱년기 장애, 혈액순환장애 등이 있으며, 드물게 빈혈이나 호르몬 이상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여성 질환과 寒冷症(한냉증)은 매우 관련이 깊다. 寒氣(한기)가 자궁이나 衝任脈(충임맥)에 침입하면 月經後期(월경후기) 및 月經過少(월경과소)와 같은 생리불순이 생길 수 있고, 閉經(폐경), 帶下(대하), 産後身痛(산후신통), 不姙(불임)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보통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온도와 습도 변화에 민감하다. 에어콘 바람이 습도와 온도를 낮추어 비강 점막이 건조해지면 마치 환절기때와 같이 비염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이나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혈액순환장애와 냉방병 등으로 수족냉증과 알레르기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일본에서 열린 국제 동양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임상연구 논문에 따르면 여성 알레르기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80%가 이런 냉증을 동반하고 있다.
수족냉증과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처방이 바로 마황부자세신탕이다.
특히 부자는 수족냉증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로 몸의 陽氣(양기)를 보충하고 순환시켜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風寒(풍한)을 몰아내는 작용이 강하다. 부자는 약성이 뜨겁고 맛이 매우며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한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하면 안 된다.
세신은 또한 따뜻하고 매우며 순환력이 강해 통증을 없애고 寒痰(한담)을 치료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담은 찬 기운이 체내로 들어와 진액의 순환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레르기 비염 증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콧물, 가래 등의 원인이 된다.
마황은 수독을 치료하고 알레르기 비염, 감기 등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한약제이다.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은 항알레르기 작용, 기관지 염증 및 기관지 평활근 경련에 의한 기침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황부자세신탕은 부자가 寒氣(한기)와 싸울수 있는 陽氣(양기)를 보충하고 세신이 이러한 양기를 전신으로 순환시켜 마황이 몸의 한기를 밖으로 몰아내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냉증과 알레르기 질환을 겸하고 있는 환자들은 평상시 생활습관 관리도 무척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덥더라도 지나치게 차가운 환경을 피하는 것이다.
한기가 느껴지면 바로 체온을 올릴 수 있도록 얇은 가디건이나 여름용 무릎 담요 등을 휴대하고 얼음이 든 음료나 찬 물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밤, 연근, 무, 생강, 토란 등의 온성 식품을 챙겨먹고 바나나, 배, 감, 탄산음료, 밀가루 등의 찬 성질의 식품은 피하도록 한다.
한방 목욕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피, 당귀, 천궁 등 온성 한약재로 만든 입욕제를 사용해 족용이나 목욕을 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발작적인 재채기나 코막힘이 나타나면서 손발이 차가워 질때는 섭씨 45정도의 따뜻한 물수건으로 코를 덮어주고 손과 발을 찜질하면서 마사지 해주면 좋다. 정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