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대통령, 독재자 무가베 ‘오른팔’ 음낭가과 당선

입력 2018-08-04 08:40
짐바브웨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한 지지자가 1일(현지시간) 수도 하라레에서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에 항의하기 위해 그의 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이날 군의 시위 유혈 진압으로 최소 6명이 사망한 가운데 짐바브웨 선거위는 3일 음낭가과 대통령이 50.8%를 득표해 44.3% 득표에 그친 야당 넬슨 차미사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AP/뉴시스

짐바브웨 대통령 선거에서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이 당선됐다.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무가베의 오른팔 음낭가과 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국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ZEC)는 지난달 30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음낭가과 대통령이 50.8%를 득표해 최종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야당의 유력한 후보였던 민주변화동맹(MDC) 넬슨 차미사 후보는 44.3%의 표를 얻었다.

총선에서도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가 144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차지했다. 7개 야당 연합인 MDC 연합은 64석, 무가베 충성세력으로 구성된 신당 국가애국전선(NPF)이 1석을 얻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무가베 축출 이후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임시 대통령에 올랐었다. 무가베의 오른팔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그는 무자비하고 빈틈없이 효과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 ‘악어’라고 불렸다. 음낭가과가 무가베 못지않게 강력한 권위주의적 정부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차미사 후보는 결과가 나오자 트위터에 “검증되지 않은 가짜다. ZEC에 유감”이라고 적었다. 그는 “ZEC는 출마 당사자들이 보증한 적절하고 검증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불투명하고 거짓되고 도덕적으로 부패한 결과에 매우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법적으로 문제제기할 것도 시사했다. 그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기자회견에서 “교묘한 조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미사 후보는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짐바브웨 야권을 이끌던 모건 창기라이 전 총리가 지난 2월 숨진 뒤 야권을 이끌고 있다. 2003년 정계에 진출해 MDC 청년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젊은 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에 분노해 야당 지지자들이 시위에 나섰고, 당국은 군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최소 6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측 참관인들은 “선거 과정에서 공정하지 않은 경기장과 신뢰성 부족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