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추석 ‘여혐 ’논란 겪은 버스기사 지금은… 동료가 전한 최신 근황

입력 2018-08-04 05:00

2016년 추석 당일 위독한 할머니를 보러가려는 국군 병사에게 안내양 자리를 내주며 선행을 베푼 고속버스 기사 기억하시나요? 당시 ‘여자라면 안 태워줬을 것 아니냐’는 식의 여혐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는데요. 이 버스 기사의 근황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중고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고속버스 기사의 동료가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회사는 다르지만 지금도 남녀 가리지 않고 급한 분들을 돕고 안전하게 운행하고 있다”며 버스기사가 직접 찍어 보낸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땀에 젖은 학군단 옷을 입은 남성이 버스 출입구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글쓴이는 병사에게 선행을 베푼 버스기사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것을 보입니다. 그는 “동생이 ‘(사진 속 학군단원) 버스를 타려고 뛰어왔는데 만석이라 어쩔 수 없이 계단에 태웠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이 버스기사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도 털어놨습니다. 그는 “동생이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실전에 투입된 역전의 용사”라면서 “군인이나 학군단 등 제복 입은 이들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버스기사의 사연은 2년 전 추석 당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황급히 휴가를 나온 장병을 자신이 모는 고속버스에 태워준 사연을 소개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버스기사가 직접 찍어 보냈다는 사진.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버스 계단에 앉아있는 학군단원. 보배드림 캡처

그는 “할머니가 위독해 청원휴가를 나온 군인이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 혼자 끙끙거리고 있기에 전좌석 만석 승객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내양 의자에 앉아가라고 했다”면서 “버스비를 준다고 만원짜리 두 장을 만지작거리는 군인에게 집에 가는 택시비하라고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선행 3일 만에 엉뚱하게도 ‘여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원본 글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는데요 그는 마지막 글을 통해 “악플도 많고 여혐이니 뭐니, 여자였으면 안 태워줬니 뭐니, 왜 돈을 안 받고 태워줬니. 쪽지 그만 보내세요”라며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제는 원리원칙대로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이런 일이 생겨도 저는 또 태울 겁니다. 대신 그냥 조용히 태울 것”이라고 한 뒤 커뮤니티를 떠났습니다.

‘여혐’ 논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해진 버스기사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의 과거 닉네임을 거론하면서 “커뮤니티로 돌아오길 소망한다”며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